경기 A시 모 동사무소에 근무하던 8급 여공무원 B씨는 지난 3월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던 중 동장 C씨로부터 자기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B씨가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동장 C씨가 자기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분을 참지못한 B씨가 이 같은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바람에 사태가 확산되면서 C씨가 옷을 벗었지만 B씨는 여전히 사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전국공무원노조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공직기관에서 빈발하고 있는 성희롱·성폭행 사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하위직 여성 공무원들의 성폭력 피해 사건의 경우 사태가 빚어진 후 각 기관에서 무마 차원에서 사건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많아 피해는 더 심각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D구청에 재직중인 7급 여성공무원 E씨는 2001년부터 수개월간 밤마다 남성 팀장으로부터 "너와 살을 섞는 꿈을 꾼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는 등 차마 입에도 담기 어려운 성희롱을 당해야 했다. E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구청 인사과에 사태 조사를 요청한 것이 지난해 3월. 하지만 구청은 "당신 역시 잘 한 것은 없다"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E씨를 기피부서로 인사조치했다. 충북 F군청에서는 지난 4월 2년 전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았던 공무원 G씨가 징계 기간이 해제됐다는 이유로 인사가 금지되어 있는 인사·감사 부서의 실장으로 승진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전공노 반명자 여성위원장은 "여성공무원 중 80% 이상이 7급 공무원 이하여서 신분위협 때문에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피해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현재 품위손상 등의 모호한 규정으로 처벌하고 있는 성폭력 행위의 근절을 위해서는 성폭력 행위에 대한 특별 징계 규정 및 양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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