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경기가 최고조였던 2000년 당시 활발했던 분야별 벤처기업 모임이 최근 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 수년째 계속된 IT불황으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벤처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정보교환과 공동활동 등 현실적 목적의 모임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올들어 새로 생긴 모임은 지역벤처, 여성벤처, 벤처홍보, 중소인터넷기업 등 5∼6개로, 참가 기업의 개수만도 300여개에 이른다.
본격적인 붐을 이끈 첫 사례는 벤처기업협회 소속 회원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탄생시킨 '벤처CEO포럼'이다. 이 포럼 창립식에는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참석해 벤처기업 육성 방안을 놓고 토론을 가진데 이어 지난달에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참석해 CEO들과 IT산업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벤처CEO포럼은 앞으로 매월 정기 모임을 갖고 정부의 벤처 정책 및 국내외 동향, 해외 진출 정보, 경영전략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강연 및 토론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달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벤처기업인 모임 'ETRI벤처기업협회'(EVA)가 친목 모임 탈피를 선언하고 사단법인 및 비영리 단체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 단체 박직규 사무국장은 "200여개의 ETRI 출신 벤처기업이 있지만 이들간의 실질적인 협력은 미미했다"며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때인 만큼 서로 긴밀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 벤처기업 모임들의 연합체도 생겨났다. 지난달 27일 대구·경북 첨단기업연합회 등 전국 벤처 관련 단체들은 '지역혁신기업연합회'를 조직했다. 이번 연합회에는 대구·경북지역을 포함해 무등밸리벤처연합회, 대덕밸리벤처연합회, 경남인터넷벤처기업협회, 울산벤처기업협회, 전북벤처기업 협회, 충남벤처협회, 충북벤처클럽 등 전국 9개 지역 벤처단체가 참여했다. 연합회측은 "지방 벤처기업 목소리를 전달하는 창구 기능과 지방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벤처·지방경제 활성화 정책 수립을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기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업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8일 탄생한 가칭 '인터넷CEO포럼'은 20여개 중소 인터넷기업 CEO들의 모임이다. 랭키닷컴, 후이즈, 트레이디포 등 업체가 참가한 이 단체는 회계, 법률, 홍보 등 중소업체들의 취약 분야에서 서로 협력, 업체간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NHN, 야후코리아, 드림위즈, 네오위즈 등 대형 포털업체들로 2월 벤처기업협회 산하에 인터넷 포럼을 구성해 스팸메일, 무선망 개방 등 현안에 대해 협조할 계획이다. 포럼 관계자는 "벤처기업협회 내에서도 인터넷 업체들의 입지는 특별한 편"이라며 "관련업계의 중지를 모아 의견을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벤처기업 홍보 모임, 여성 벤처인들의 모임도 생겼다. 벤처홍보네트워크는 이달 초 100여명의 벤처 홍보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총회를 열었다. 이 모임에는 유비케어, 다음, NHN, 안철수연구소, 넷마블, 휴맥스, 로커스 등 벤처 대표기업이 참여했다. 박근우 위원장은 "홍보인들간의 정보교환과 유대강화를 통해 상호협력을 증진하고 홍보력이 약한 신생 벤처들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4일 결성된 '여성CEO 해외마케팅 포럼'은 여성 기업의 고충을 적극 수렴해 해외진출을 위한 실무교육 및 기반마련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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