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는 가벼운 드라마가 뜬다'는 말이 실감나는 한 주였다. 신세대의 동거를 경쾌하게 그린 MBC '옥탑방 고양이'가 KBS2 '개그콘서트'와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명랑 불륜 코미디'란 간판을 걸고 지난 주 첫 선을 보인 MBC '앞집 여자'도 시청률 20.3%로 수목 드라마 선두에 나섰다.KBS2 주말연속극 '보디가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아무리 인기 있는 드라마도 2, 3주가 지나야 서서히 시청률이 오르는 것이 통례인데, '보디가드'는 방송 첫 주(7월5, 6일)부터 단박에 전체 시청률 3위, 드라마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경호원의 세계를 소재로 한 점도 흥미롭지만 폭발적 인기의 일등공신은 역시 '차승원 효과'다. 차승원은 희망 없는 날건달이지만 의협심만은 강한 경탁 역을 실감나게 그려 '흥행 보증수표'의 진가를 발휘했다. 아직 대사 처리가 미흡하지만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한고은을 비롯해 백일섭 박정수 등 중견 연기자들과 가수 마야의 맛깔 나는 연기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다소 엉성한 스토리를 빠른 화면 전개로 갈무리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그러나 지나친 폭력 장면 연출로 눈총을 받고 있다. 시청자단체인 보리방송모니터회는 21일 보고서를 내고 "폭력 남발과 미화, 여성 비하 등이 도를 넘어 온 가족이 보는 주말연속극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특히 "주인공 경탁은 싸움이 벌어지면 사정을 파악하지도 않고 무조건 폭력을 휘둘러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기보다는 '사려가 깊지 못하고 성급하고 즉흥적인 성격'으로 비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드라마가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인기가 높으면 비판이 따르게 마련"이라고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출연한 MBC '!느낌표'는 시청률 30.8%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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