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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혁" 명분쌓기/ 盧대통령 "대선자금 공개" 거듭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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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개혁" 명분쌓기/ 盧대통령 "대선자금 공개" 거듭 제안

입력
2003.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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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1일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6일 전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을 통해 이뤄진 제안보다 진전된 대목은 대선자금 공개대상 기간을 '대선후보 확정이후'로 명확하게 했다는 점 정도다. 대선자금 검증의 주체로 특검이나 검찰 등 '수사권이 있는 기관'을 특히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그러나 내용만을 놓고 보면 획기적이라고 할만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평가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굳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를 정치개혁을 목표로 한 대통령으로서의 명분 쌓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나라당의 계속된 공세를 차단하고 국민에 직접 호소하겠다는 의도도 감지된다. 또 내년 총선전에 이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가지 않으면 개혁 세력의 진출이 현실의 벽에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성을 따져 보면 15일 제안에 비해 야당의 수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볼 만한 대목이 없다. 오히려 민주당의 선(先) 공개 반대, 정치인 면책 유보, 검증 주체의 수사권 강조 등을 언급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공간을 줄였다고 봐야 한다.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엇박자가 났다. 노 대통령이 선 공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는데도 민주당은 이날 선대위 발족 이후의 대선자금 내역을 먼저 공개키로 했다. 이 조치가 한나라당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겠으나,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내용의 종합판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공개 기간도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선후보 확정이후(4월말)와 민주당이 상정하고 있는 선대위 발족이후(9월말)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6월에 지방자치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에 그 차이는 엄청나다. 여권 내에서 이런 혼선을 정리해내지 않으면 노 대통령 제안의 실현 가능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경선 자금 공개에 대해 "저 혼자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감을 보인 것도 논란이다. 노 대통령은 "(경선을) 도대체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가 없었다"고 시인했다. 만약 이것이 정치자금법 등 실정법 위반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노 대통령은 경선자금을 대선자금과 분리시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경우에서 보듯 당에서 집행한 대선 자금과 정치인이 개별적으로 모금한 '대선용 자금'의 구분이 모호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충분히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제안의 불충분한 점을 여야가 합의로 보완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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