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더이상 미온적 자세를 보이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 민주당과 동반 침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체포동의안 처리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에는 국민적 관심이 너무 커졌다는 인식이다. 또한 여권의 '대선자금 공개' 공세에 대한 돌파구로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최근 한나라당의 소극적 태도를 두고 "같은 의원에 대한 동병상련말고도 말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굿모닝시티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 중진에게도 뿌려졌다는 설이 나돌고 있는 점을 들어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아 야당에 대한 수사진전을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관측은 한나라당이 취하고 있는 여권 대선자금에 대한 공세의 명분을 퇴색시키고 있다. 따라서 홍사덕 총무 등 당 지도부는 정 대표 체포동의안에 '법대로 처리'를 천명함으로써 이를 털어버리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입장이 실제로 체포동의안 처리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우선 민주당의 완강한 반대가 있다. 민주당은 정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신청이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체포동의안 상정 여부와 처리 시점 등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한나라당이 힘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의 처리 의지가 제대로 부각
됐다고 판단되면 못이기는 척 처리를 포기할 수도 있다. 처리 실패의 책임소재가 분명해질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다.
또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여당 당직자의 말"이라며 "정 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 시비가 일기 전에 검찰에 출두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 대표의 출두로 검찰의 영장 청구 명분을 떨어뜨려 체포동의안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한나라당의 정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방침은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한 정치공세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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