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제가 사표를 쓰겠습니다"올 4월 원전 수거물(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 오찬 자리에서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과학기술부에서 추진하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을 원전 수거물 부지 유치에 연계시켜 달라는 자신의 제의를 대통령이 받아들이자 시한까지 정해 사업성공을 다짐하는 '도박'을 한 것이다. 이 사업은 4대 정권에 걸쳐 17년간 추진됐지만 해결되지 못한 뜨거운 감자였는데도 불구하고….
전북 부안군의 유치신청으로 극적으로 부지선정에 성공한 윤 장관은 새만금 사업이 새로운 걸림돌로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사업추진을 낙관했다. 윤 장관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지원금을 당초 3,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설득도 계속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표를 쓰지 않게 돼) 축하드립니다. 부지 선정에 성공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과학기술부의 협조로 양성자 가속기 사업과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사업을 연계시킬 수 있었던 것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산자부와 과기부의 업무 협조가 가능하도록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 중요했습니다"
―법원의 조치로 새만금 공사가 중단되면서 부안군이 유치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닙니까.
"새만금 문제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부 문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입니다. 또 정부는 약속대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일부 주민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관리시설 유치에 반대하고 있지만, 관리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계속한다면 결국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수거물 관리시설이 들어서면 부안지역 경제에 큰 혜택이 있습니까.
"결단을 내린 부안군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정부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겁니다. 특히 첨단연구시설인 양성자 가속기 사업의 유치로 10년 후에는 부안군 일대에 첨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것입니다."
―군산시 등 일부 지자체도 참여 의사를 표시했는데 무산된 이유는 뭡니까.
"겉으로는 어느 지역이나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당수 지자체장들은 '지역발전 사업으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며 산자부와 물밑 접촉을 벌였습니다. 군산시의 경우는 시장 주도로 주민 23만명 중 20만명의 유치 동의서를 받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부지 예정지인 신시도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는 바람에 막판에 유치 계획이 무산된 거지요."
―규제완화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준비 중인 규제완화 조치가 있습니까.
" 4월에 중소 기업을 상대로 규제관련 애로사항을 점검했습니다. 공장입지, 노동, 환경 등과 관련된 기업들이 제기한 222개 규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규제개혁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입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허용 문제는 어떻게 됩니까.
"곧 허용할 예정이며,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그 밖의 수도권 입지규제도 합리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입니다."
―재계에서 제조업 공동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1990년 28.1%에서 지난해 33.9%로 높아지는 등 수치상으로 볼 때 공동화가 본격 진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책은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더라도 연구개발이나 원부자재는 국내에서 공급받도록 해외 투자기업과 국내 중소기업간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유치가 더 활성화해야 합니다. 정부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외국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을 위해 세제지원 정책을 보완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 조세감면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조세감면 적용 기간은 단축해 더 많은 외국 기업이 혜택을 받도록 할 계획입니다."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 달 24∼25일 이틀간 기 소르망과 존 나이스빗 등 세계적 석학이 참석하는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를 개최해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가 공동으로 선정한 60개 차세대 유망산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9월에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허브 코리아(Hub Korea)' 행사도 열 계획입니다."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출여건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수출전망은 어떻습니까.
"올 상반기에는 이라크전쟁, 사스여파 등에도 불구하고 3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러나 원화강세로 하반기 수출여건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로서는 수출은 연간 목표치인 1,75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나, 수입이 당초 전망치인 1,67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보여 무역흑자 80억달러 달성이 다소 불투명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생각하는 수출촉진 대책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수출보험과 금융 등 제도개선을 통해 업계의 부담을 경감해줄 계획입니다. 무신용장 방식에 의한 수출거래 지원을 강화하고, 수출보험공사의 재판매 보험에 수입자 풀(Pool) 제도를 도입해 수출기업 해외법인의 거래선 관리를 지원할 것입니다."
―대일 무역역조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관련 대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대일 역조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품·소재와 자본재 분야의 대일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핵심 부품·소재의 국내 공급기반을 확충하는 등 자급도 향상을 위한 대책이 지속돼야 합니다. 또 일본의 부품·소재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해나가겠습니다."
/대담=배정근 경제부장 정리=조철환기자 chcho@hk.co.kr 사진=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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