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수(稅收) 확대'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각종 세제개혁법안 도입이 경기 침체와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반발로 줄줄이 연기될 조짐이다.올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던 법인세율 인하와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안이 이미 무산됐고,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의 폐기, 부가가치세 면세대상 축소,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폐지 등도 연기가 불가피하다. 경기 침체로 납세자들의 거센 조세저항이 예상되는데다, 총선을 9개월 앞둔 정치권이 각종 과세 강화와 감면 축소 등에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세법 전면 개정
정부는 영세율과 면세범위를 크게 줄이고 매출 축소신고가 일반화한 영세사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하는 등 부가세법의 전면 개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경기 불황의 여파로 영세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정치권도 면세대상 축소를 내년 총선 이후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알맹이'가 빠진 부분 개정에 그칠 전망이다. 6월로 예정됐던 공청회 자체가 무기 연기된 상태여서, 법 개정이 아예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비과세·감면 대폭 정비
정부는 올해 적용시한이 만료된 79개 조세특례 조항 중 서민층 지원과 관련된 규정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비과세·감면 조항을 폐기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당장 세감면 조항을 없앨 경우 기업의 투자의욕이 꺾일 것이라는 재계와 산업자원부 등의 반발로 올해엔 폐기 조항을 최소화하고 2∼3년 후 대폭 정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가 연장을 요청한 25개 기업관련 세감면 조항은 대부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율 단계적 인하
조세특례 조항의 정비가 무산됨에 따라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을 줄여 그 재원으로 기업의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던 계획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초 연내 법을 개정해 2∼3년 후부터 인하된 법인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조세감면 축소가 힘들어진 데다 내년 법인세수 감소도 예상돼 대체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보고 중장기 과제로 돌리기로 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
김진표 부총리는 5월초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5만∼10만명에 달하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보유세를 중과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23 부동산대책 때 '6월말 시안 마련→7월 공청회→9월 입법절차→내년 초 시행'이라는 일정까지 제시됐다. 하지만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도 구체적인 시안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내년 이후로 논의가 연기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세부담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정치권도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양도세 비과세 폐지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부과 문제도 2∼3년 뒤에나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6∼7월 중 민관합동기구인 세제발전심의위원회(세발심)를 열어 제도 개선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반대여론을 이유로 세발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논의가 어렵고 결국 2∼3년 뒤에나 검토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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