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그림이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어금니,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골동품…. 경매는 흔히 나이 지긋하고 돈 많은 부호의 취미생활로 생각된다. 그러나 요령만 알면 경매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즐거운 쇼핑방법이다.몇 년 전부터 인터넷 경매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직접 경매장에 가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더라도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도 해보지 않은 일을 온라인으로 단행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 회사원 유종현(29)씨와 박지영(23)씨가 인터넷 경매에 도전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국내 경매 사이트 '옥션'에 도전, 박지영씨
박지영씨가 도전한 곳은 남대문 시장에 맞먹는 70만명 이상이 날마다 접속하고 하루 11만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국내 최대 경매 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 간단한 실명 확인과 가입절차를 거쳐 무료로 회원 등록한 후 평소 가지고 싶던 쌈지의 토트백이 있는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같은 브랜드 제품은 75건, 박씨가 원하는 정확한 물품도 한 건 발견됐다. 운 좋게도 쌈지 토트백이 발견된 곳은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경매가 시작되는 '1,000원경매 코너'.경매 종료일은 4일 뒤인 7월 13일 밤 12시였는데 입찰 참여자는 무려 40명, 가격은 벌써 3만원까지 올라가 있었다. 입찰 즉시 낙찰될 수 있는 즉시 구매가는 8만원으로 높은 편이어서 일단 3만1,000원의 입찰가를 적어 넣었다.
종료일에 방문하니 입찰 참여자 60여명에 가격은 4만2,000원까지 올라 있다. 추세를 보아가며 4만5,000원을 적어 넣었는데 그 후의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이트의 '마이옥션' 코너에 들어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니 3일 후 물건이 택배로 도착했다. 살 때 '배달료구매자 부담'이라는 항목이 있었기 때문에 3,000원 택배비는 박씨가 현금으로 지불했다.
중고 제품이라 혹시 사진보다 낡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제품 상태는 매우 좋았다. 사이트에 들어가 '구매 결정'을 클릭하는 것으로 구매 완료. 옥션에서는 구매자가 제품에 만족한다는 표시를 하기 전에는 판매자에게 돈을 입금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을 받은 후 구매 결정 여부를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박씨는 "중고이기는 하지만 시중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가방을 구입해서 기뻤다"며"1,000원 경매에 고가 제품도 종종 눈에 띄는 것을 보니 명품 가방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고말했다.
일본 인터넷 경매를 서울에서 유종현씨
유종현씨는 MD플레이어를 구입하려고 작정하고 있던 터에 최신식 디지털 카메라를 저렴한 가격에 샀다는 친구의 자랑을 듣고 일본 경매에 도전했다. 사이트는 '애니유니드(www.anyuneed.com)'. 일본 최대 경매 사이트인 야후옥션을 비롯해 비더스, 라쿠텐푸리마 등 각종 경매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일본어를 몰라도 자동화 프로그램이 모든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준다.
회원 가입을 하니 보증금을 걸라고 나왔다. 보증금의 10배까지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지 돌려 받을 수 있어 유씨는 넉넉하게 20만원을 무통장으로 입금했다. 일본 야후옥션으로 들어가 전자제품a소형가전a오디오a MD플레이어로 들어가니 수백개의 제품이 뜬다. 여유 있게 서핑을 하며 유씨가 고른 제품은 소니N1로 '구입해서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받아본 후 원하면 반품도 가능하다'고 돼 있었다.
15명이 입찰에 참여해 8,000엔(약 8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간 상태. 경매 종료 시기가 5일 후인 7월 11일 밤 10시로 돼 있어 '관심물품'으로 등록해 둔후 종료시간 30분 전에 다시 물품을 찾았다. 윤씨는 구입 상한선을 15만원 정도로 잡았는데 가격은 1만엔(약 10만원)까지만 올라가 있었다. 종료 10분전 윤씨는 1만2,000엔(약 12만원)의 낙찰가를 적어 놓고 다른 참가자가 있는지 계속 확인했는데 그 후로 가격은 올라가지 않았다.
제품 경매가 끝나자 핸드폰에 '원하시는 물품에낙찰되었습니다'라는 문자가 '애니유니드'로부터 전해져 왔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배달 방법을 선택하라고 한다. 배로 받으면 기한은 3주 정도 걸리는 대신 배달료는 4,000원선이었고, 택배를 이용하면 이용료는 1만5,000원이지만 4∼5일 안에 받을 수 있다는 설명. 같은 제품의 국내 가격이 33만원대인 것을 감안해 택배비로 조금 더 쓰기로 하고 낙찰 당일 환율로 계산한 제품가 11만9,300원에 택배비를 더해 13만4,300원을 '애니유니드' 측에 입금했다.
정확히 5일 후인 16일, 유씨는 일본에서 배달돼 온 MD플레이어로 평소 좋아하던 재즈를 들으며 출근할 수 있었다. 유씨는 "처음 도전해본 일본 경매 사이트지만 국내 쇼핑몰을 이용한 것처럼 간단했다"며"다음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일본 음악잡지나 CD에 도전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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