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학교(JIS)에 다니는 한국인 고교생들이 학기말 시험지를 훔쳐 시험을 치른 것이 적발돼 무더기 징계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미국식 교육을 하는 JIS는 세계 50여개 국적의 학생들이 다니는 곳인데다, 현지 동포 가운데서도 상류층 자제들만 다녀왔다는 점에서 국제적 망신은 물론, 동포 사회내에서 내부갈등까지 이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20일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과 현지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초 한국인 고교 1년생 10여명이 JIS 경비원을 매수, 학교 교무실에 보관 중이던 학기말 시험 문제지를 빼돌렸다. 범행 당시 한국인 학생들은 직접 시험지를 훔치기도 하고, 일부는 바깥에서 망을 보는 등 역할까지 분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학생들은 훔친 문제지를 복사한 뒤 나눠 가졌으며, 사설학원 강사의 도움을 받아 정답을 알아내 암기한 뒤 학기말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았다.
학교측은 시험이 끝난 뒤 10학년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36명 중 대부분이 평소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을 의심,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경비원을 매수하거나 시험지를 훔친 주동자급 학생 13명을 퇴학 시키고, 시험지를 단순히 참고한 13명은 정학 조치했다.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 중 3명은 국내로 복귀했으며, 일부는 현지 뉴질랜드학교나 호주학교, 싱가포르학교 등 영어권 학교에 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동포는 "부모들이 한국 대학 특례입학을 위해 자녀들을 사설학원으로 내몰아 자녀들이 학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과 철없는 학생들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JIS 초·중·고 과정에는 56개국 2,500여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은 미국인 다음으로 많은 약 500여명 정도다.
그러나 퇴학당한 학생 중 일부가 한국국제학교(JIKS)로 전학을 희망하자 JIKS 학부모들이 면학 분위기 저하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 마찰을 빚고 있다. 7월 말로 예정된 2학기 전학 시험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학교측에 해당 학생들을 받아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
JIKS 관계자는 "JIS는 JIKS보다 학비도 5배나 비싸고, 부유층 자제들이 많다"며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는 것도 우수한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하면 자녀들의 내신성적이 곤두박질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씁쓸해 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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