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게임의 큰 흐름은 1984년 '쿵푸마스터'에 이르러 격투게임 장르를 분화시켰다. 조악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추적과 탈출'이라는 아케이드의 도식을 과감히 벗어 던진 이 게임은 주먹과 발차기를 이용한 인간형 캐릭터들의 싸움을 전면에 부각시켜 성공을 거뒀다.격투게임에서 다시 대전격투게임이 갈라져 나오는 길목에는 타이토의 '황금성'(Gladiator·1986)이 있다. 1대 1 대결의 화면구성과 공격·방어의 대전규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장르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진다.
게임의 주인공은 온몸에 갑옷을 차려 입은 전사다. 언뜻 중세의 기사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게임의 원제목이나 갑옷의 종류로 보아 로마시대 검투사에 가깝다. 첫 스테이지의 배경은 음침한 성(城)의 회랑.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불똥과 함께 박쥐와 악당이 들끓는다. 배경 설정과 그래픽이 섬세해 당시의 격투게임과 비교하면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캐릭터 디자인은 섬세한 배경 이상이다. 주요 캐릭터들은 다른 게임과 비교해 5∼6배 이상 크다. 움직임은 애니메이션처럼 유연하다. 몸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했던 이전 게임들과 달리 머리와 몸통, 사지를 따로 디자인해 연결 동작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선 기술이었다.
신체를 분할해 표현하는 기술은 대전 방식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머리·몸통·다리를 겨눈 찌르기 공격은 각각 목표 부분에만 해를 입힌다.
먼저 그 부분의 갑옷이 떨어져 나가고, 맨살이 드러난 곳에 다시 공격을 가하면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막을 수 있지만 10회 정도가 한계로, 곧 닳아 없어져 버린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 게임의 백미는 여전사와의 검투 장면이다. 갑옷만 겨냥해 야금야금 공격하다 보면 외피가 전부 떨어져나간 누드 미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다른 게임은 끝판을 깨야 '고수'였지만 황금성 만큼은 갑옷을 잘 벗겨내는 사람이 최고로 인정 받았다.
이 게임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co.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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