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이자를 연 66%로 제한한 대부업법이 도입됐지만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대부업체들이 늘고 있다.소규모 벤처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4월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 모자라 서울 마포의 한 등록 대부업체를 찾았다. 1,000만원 정도를 1개월 간 빌려 쓸 요량이었지만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뜸 "우리 회사는 5,000만원 이상의 고액만 취급한다"며 대출을 거부했다. 워낙 급전이 필요했던 터라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 회사와 5,000만원의 대부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이상야릇한 대부조건. 대부업체측은 '3,000만원까지는 월 5.5%(연 66%), 나머지 2,000만원은 월 19.25%(연 231%)'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사실상 현행 대부업법의 이자상한선(66%)보다 두 배나 많은 연 130%대의 고리를 요구한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내용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으나 "대부업법 위반사항이 아니라 처벌하기 힘들다"는 담당자의 말에 맥이 풀려버렸다.
현행 대부업법의 이자율 제한 조항은 '대부업자가 개인 또는 소규모 법인에게 대부를 하는 경우 3,000만원 이내의 금액(1회 대부원금 기준)에 대해 연리 66%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업체가 특정인에게 3,000만원을 초과해 대출을 할 경우 3,00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자를 규제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 때문에 상당수 등록 대부업체들이 '5,000만원 이상 즉시 대출' 등의 광고를 해가며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유인, 불법 사채업자 뺨치는 고리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금융당국에는 등록 대부업체들의 이 같은 편법영업에 대한 신고건수가 부쩍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법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의 영업을 규제하는 이자제한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 취지상 이자제한 대상금액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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