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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WMD전문가 켈리 자살 "일파만파"/벼랑 끝에 몰린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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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WMD전문가 켈리 자살 "일파만파"/벼랑 끝에 몰린 블레어

입력
2003.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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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조작 논란이 국방부 전문가의 죽음까지 몰고오면서 토니 블레어(사진) 총리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경찰은 19일 국방부가 이라크 WMD 관련 정보를 BBC 방송 기자에게 흘린 장본인으로 지목한 뒤 변사체로 발견된 국방부 자문역 데이비드 켈리(59) 박사가 자살했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그러나 사인과 관계 없이 "WMD 정보 왜곡 논란에서 승리하려는 정부의 과욕이 켈리 박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BBC 방송과의 정보 왜곡 논란에서 선택한 정면 대결이라는 강수가 오히려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몰고 가는 악수로 돌변한 것이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에서도 블레어 총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전 교통장관인 글렌다 잭슨 노동당 의원은 "켈리 박사 사망에 대한 사법조사가 진행되면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이라며 "블레어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보수당의 던컨 스미스 당수는 켈리 사망과 WMD 논란에 대한 조사를 위해 휴회 중인 의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며 "내가 총리라면 아시아 순방을 미루고 조기 귀국하겠다"고 꼬집었다.

19일 일본을 방문한 블레어는 기자회견에서 영국 기자로부터 "당신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느냐. 사퇴할 의향은 없느냐"는 곤혹스런 질문까지 받았다. 블레어는 켈리 박사의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을 뿐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거부했다. 영국은 곧 독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켈리 사망 사건의 진상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블레어의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신뢰성과 도덕성 면에서 블레어 정권이 입을 상처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5월 말 BBC가 "정부가 WMD 보고서에서 이라크의 능력을 과장하도록 윤색을 지시했다"고 보도하자 총리실은 이를 날조 기사로 몰아붙였고 '잘못된 정보'를 BBC에 건네준 정보원을 색출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관측통들은 총리실이 WMD 논란이 촉발될 조짐을 보이자 초기부터 밀리지 않기 위해 강공으로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잭슨 의원은 "총리실이 이라크에서 WMD를 발견하지 못하자 주의를 돌리기 위해 BBC와의 대결을 이용했다"며 "블레어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비난했다.

블레어는 아시아 순방 중 20일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 뉴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켈리의 의문사로 시작된 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집무할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다"고 답해 야당 등의 사임 및 의회 수집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또 "켈리의 의문사에 대한 사법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증언 할 것"이라며 "나는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소한 블레어 총리의 핵심 보좌관인 앨러스테어 캠벨 총리실 공보수석이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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