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다. 북한이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미국에 통보했고, 재처리가 완료되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그것이 시작된 징후는 포착되었다. 재처리 완료는 북한의 핵무장 선언을 의미한다. 대북 경수로 사업은 핵무기 포기라는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북한이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민감한 부품 설비의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단에 직면해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일련의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이루어졌으며, 이후 핵 문제를 다루는 국제사회의 대북 전략은 구체화했다.그것은 '대화와 압박'을 통한 이중전략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중전략은 작년 말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맞춤형 봉쇄'를 보완하여 대화를 배제하지 않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한 명시적 제재 결정없이 경제압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 경제·식량원조를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북한의 외화 획득원인 미사일 수출, 마약, 위조지폐, 조총련 송금 등을 차단하는 압박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을 배경으로 중국은 북한을 설득하는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마치 미국은 '나쁜 형사(Bad Cop)' 중국은 '좋은 형사(Good Cop)'로 역할을 서로 분담하여 북한을 다루고 있는 느낌이다. 중국 외교부부장의 최근 셔틀외교 결과에 따라 형식적인 3자회담을 거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대화가 조만간 개최될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망이 점차 구체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벼랑 끝 외교를 지속하여 사태를 위기적 상황으로까지 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다자회담에서 핵 포기로 갈 것인지의 선택 시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북한은 명백히 시간끌기를 의도하고 있다. 북한은 다자간 회담에 응하면서 가능한 한 미국의 대선까지 협상 국면을 연장시켜 가려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1994년 위기 때 김일성이 보인 노련한 외교가 현재 북한정권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일성은 벼랑 끝 외교를 추진하면서도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였다. 김일성은 국제사회의 중재 움직임을 적극 활용하고 특히 '핵 활동 동결'이라는 긍정적 실마리를 제시하여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반면 현재의 북한정권은 긍정적 시그널없이 벼랑 끝으로 치닫기만 하고 있어 중재를 시도할 여지가 없는 형편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 여야 의원들에게 백남순 외무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재처리도 거의 완료했으며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게 되어 있다고 위협하였다. 북한이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미국은 보다 강경한 압력을 현실화할 것이 확실해, 벼랑 끝 외교는 북한의 운신 폭만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국내에는 미국의 태도가 변화하면 북한 핵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부시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 탓에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고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와 같은 정책을 취하면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94년 당시 클린턴 정부는 유엔의 제재를 적극 추진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심각히 고려하는 등 초강경 정책을 추진했다. 문제를 해결한 것은 핵 활동 동결이라는 북한의 태도 변화였다.
분명한 것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9·11 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문제는 초당적인 우선과제가 됐으며,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이상 미국의 정책은 강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기로에 서게 되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핵을 포기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윤 덕 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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