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 해줄까? 넌 영리하고 재능도 있지. 그리고 아는 것도 꽤 있고. 그렇지만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이 게임에서 재능은 무의미한 것이야. 수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저 밖에 있지만 대부분이 더 이상 대낮의 햇볕을 볼 수 없게 되어(죽어)버렸지. 결국에는 규율이 좌우하는 것이야. 왜냐하면 이 모든 게임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투기이거든. 투기든 도박이든 나름대로의 규율이 없다면…. 그러면 내 친구야.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너는 몰락할 거야.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 내 충고를 듣고 싶나? 지금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의 리스트를 만들어봐. 그리고 앞으로의 네 인생의 25년을 써서 그것을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이루어갈 계획을 세우게."앞뒤 상황을 모른 채 이 말을 듣고 있노라면 최근 함께 점심 한 끼 먹는데 수억을 내야 하는 것으로 더 유명해진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밥상머리에서 진지하게 들려주는 투자의 충고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어느 영화 속에서 늙고 경험 많은 성공한 도둑이 야심과 희망으로 눈먼 젊은 후배 도둑에게 술집에서 던지는 경고의 한 장면이다. 투자의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젊은 도둑은 나름대로의 방식을 통해서 한탕을 해서 떼돈을 벌려 한다. 이를 말리는 늙은 도둑은 따분하고 머리 나쁜 갑갑한 옛날 도둑처럼 보인다. 하지만 늙은 도둑의 충고는 귀 기울일 만하다. 어차피 도둑질을 직업으로 삼는 인생 자체가 커다란 한탕인데 도둑질 하나 하나에 너무 한탕주의를 노리지 말라는 말이다.
이 말을 투자에 비교해보자. 만일 우리나라에서 대표주에 속하는 삼성전자나 포스코, 혹은 한국전력과 같은 주식들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들 종목만으로 거래를 한다고 하자. 그래도 매일 이어지는 거래 자체가 투기에 가까운 셈인데, 루머나 작전 세력 등에 의존해서 투기적인 종목을 사고 판다면 이는 더 위태로운 도박에 가깝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번 여름장도 휴가철에 접어들고 있다. 쉬어 가는 장에서는 단기 수익률을 염두에 둔 테마나 루머 위주의 '투기적' 장세로 몰아가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장세의 큰 흐름을 벗어난 단기 이익 추구가 대세를 놓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증권 격언이 생각나는 여름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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