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좀 만나주세요.'재계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청와대의 잇단 전문경영인 중시행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이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게 10대그룹 총수와 만날 것을 요청하는 등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지만 화답이 없는 가운데, 노대통령이 한국CEO포럼 소속 전문경영인을 잇따라 만나는 등 재계의 대화파트너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16일 한국CEO포럼 소속 전문경영인들과의 회동에서 "여러분과 같은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들이야말로 우리사회를 통합하고, 이끌어갈 신주류로 생각한다"면서 2만달러 시대를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추켜세웠다.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에도 CEO 포럼 회원들과 회동하는 등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전경련은 청와대에 주문할 사항이 많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재벌총수 기피현상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당장 8·15광복절 경축사에 담길 향후 경제정책 내용 중 재벌개혁의 강도와 수위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누그러진 입장이 담기도록 청와대와 의견조율을 하고 싶지만 별 다른 대화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전경련 회장단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는 것은 손길승 전경련회장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기업지배구조 선진화, 투명경영을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가 분식회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전경련 회장단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전경련 회장단회의를 총수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친목단체 모임으로 평가절하, 과거 정부에서와 같은 상시채널 가동을 고려하고 있지않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전경련을 긴장시키고 있다.
물론 청와대 권오규 정책수석은 "대통령이 전경련 회장단과의 만남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분간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경련은 청와대가 전문경영인을 '재계의 신주류'로 우대하는 반면 회장단을 '구주류'로 홀대하는 기류에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총수가 투자 및 구조조정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한국적 기업관행에서 대통령이 전경련 회장단과 자꾸 거리를 두는 것은 기업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경제회복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