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오락(pastime)으로 꼽히는 메이저리그 야구 올스타전이 열린 16일. 시카고의 US 셀룰러필드에서는 '올스타전'이라는 경기성격에 걸맞지 않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5회초 내셔널리그팀의 공격. 한 타자가 좌익수쪽으로 때린 공을 펜스 바로 뒤에 있던 관중이 글러브로 낚아챘다. 이 타구가 2타점 2루타로 인정되자 상대팀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주심에게 강력 항의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2타점까지는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팀은 이후에도 총력전을 폈고, 관중의 찬사와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다음날 대전구장에서 열린 국내 프로야구 올스타전의 팬서비스도 볼만했다. 6회초 동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환갑이 넘은 김응용(62) 삼성 감독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1루쪽으로 뛰어나갔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이 전례없이 1루 주루코치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김 감독의 갑작스런 등장을 본 관중들은 잠시 술렁이다 상황을 확인하곤 '화끈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식전행사로 열린 연예인야구팀과 올드스타팀 간의 친선경기. 여기서는 선동열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 투수코치로 활약중인 일본에서 날아와 시속 140㎞대의 녹슬지 않은 피칭을 선보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 무렵 대전구장 본부석에 자리한 대통령과 각료, 지자체장, 재계고위인사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팬서비스는 몇점일까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리곤 한국과 미국의 프로야구 올스타전 보다는 훨씬 못하다는 나름의 평가를 내렸다. 그들의 관중은 만족감과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불안하고 우울할 적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였다. 내년 올스타전에서는 어떤 팬서비스가 나올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최형철 체육부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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