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에 의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BBC 방송 기자에게 흘린 장본인으로 지목된 한 관리가 변사체로 발견돼 영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영국 경찰은 18일 "정보 누설자로 지목된 국방부 고문 데이비드 켈리(59) 박사의 시체로 보이는 변사체를 켈리씨 자택에서 8㎞ 떨어진 런던 서부 사우스무어 지역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변사체의 인상착의와 옷이 켈리의 그것과 일치하며 공식 확인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사인을 자살로 추정했다.
정보 누설 의혹과 관련해 15일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던 켈리는 17일 오후 3시 아내에게 산책을 나간다며 말한 뒤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가족들에게 청문회 출석과 언론의 취재로 인한 중압감을 호소했었다.
AFP 통신은 "이번 일로 인해 영국 정부의 WMD 정보 왜곡 여부는 사법적 판단 대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토니 블레어 총리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켈리씨 사건은 5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C 방송의 국방부 출입기자 앤드루 길리건은 "지난해 9월 영국 정부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45분 이내에 생·화학 무기를 발사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이면에는 총리실이 정보당국에 정보의 윤색을 요구했던 부당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길리건 기자는 정보의 윤색을 지시한 이로 앨러스테어 캠벨 총리실 공보수석을 지목했다.
이후 캠벨 공보수석은 이 기사를 허위 날조 기사로 비난했고, 국방부는 정보 누출 경위에 대한 자체 조사에 벌여 이달 초 길리건에게 정보를 제공한 이로 켈리 고문을 지목했다.
국방부는 "켈리가 문제의 정보에 접근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길리건 기자의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BBC에 압력을 넣어왔다.
논란이 진행되는 와중에 영국 의회는 WMD 정보 공개 과정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어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보는 지나치게 단정적인 용어로 표현됐다"며 영국 정부의 잘못을 지적했다.
켈리는 15일 청문회에서 "당시 길리건 기자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캠벨을 거명한 적은 없다"면서 "길리건 기자가 나의 발언을 토대로 문제의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생물학자인 켈리는 과거 유엔 WMD 사찰단에 참여한 적이 있을 만큼 WMD 관련 정보에 정통한 인물이다.
향후 영국 정가는 블레어 정부가 이라크 WMD 정보를 어떻게 취급했는지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방부가 정보 누설자로 켈리를 지목한 과정과 그 도덕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캠벨 등 관련자들의 줄사퇴도 예상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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