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허위 정보를 이라크 개전의 명분으로 삼은 데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이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조지 테닛 CIA 국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상원 비공개 청문회에서는 이 문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월 국정연설에 어떻게 포함되게 됐는지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민주당 딕 더빈 의원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백악관 관리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테닛이 이 관리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가 CIA와 논쟁한 뒤 국정연설에 이 문구를 포함시키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더빈 의원은 또 "백악관과 CIA가 진실을 어디까지 말할 것인가를 놓고 협상했다"며 백악관이 정치적 목적으로 연설문에 삽입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온라인 뉴스인 머큐리 뉴스와 AFP 통신 등은 18일 문제의 백악관 관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로버트 조지프 자문역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테닛 국장이 국정연설에 우라늄 부분이 포함된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고 전해 이 문구가 CIA가 제시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백악관의 입장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말도 안되는, 웃기는 얘기"라며 "CIA가 문제의 문구를 삭제하라고 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문회가 본격화한 것을 계기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허위 정보에 대한 책임이 백악관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테닛 국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오히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테닛 인책을 강하게 주장해 민주당으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라크 우라늄 구입' 허위 정보 파문은 지난해 12월 국무부가 이라크와 니제르 사이에 오간 서신을 토대로 니제르가 사담 후세인 정권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라늄을 판매하려 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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