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한 남편이 가출한 뒤 생활고에 시달려온 30대 주부가 3남매와 함께 투신자살한 사건은 세상살기가 얼마나 힘들고 가정해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려준다.IMF 때보다 더하다는 비명 속에 이혼과 부모가출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비극도 커지고 있다.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엄마 살려줘"하고 울부짖는데도 아파트에서 던져 버렸을까. 그 어머니는 남겨두어 봤자 아이들이 더 불행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살을 결행할 정도로 자기 자신과 사회에 대해 절망한 사람이 부모 없는 자녀의 장래에 희망을 걸기는 어렵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버림받은 아이들도 희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버려진 아이들은 작년 1년에만 1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아동복지 시설에 맡기고 찾아오지 않으니 부모가 없는 것과 같다. 경제난에 더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족문제로 인해 아이들이 숨지거나 버림받은 고아가 되고 있으나,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다.
정부는 노숙자 부랑인 쪽방 생활자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건강가정육성기본법도 제정키로 했는데, 이런 조치가 실시되면 조금 나아질 수 있을까. 건강가정 육성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아동, 노인, 여성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초점이므로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시급한 것은 자살과 가정해체를 막을 구체적 관심과 보호노력이다.
최근 제주에서는 30대 대학 휴학생이 자취방에서 숨진 지 5개월 만에 발견된 일도 있었다. 이런 무관심과 비정의 세태에서는 비극이 계속 빚어질 수밖에 없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는 물론 잘못된 것이지만, 왜 동반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살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우리 사회와 이웃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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