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율안정 대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환율 정책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시장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발언이 우리 정부의 정책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최근 환율 움직임에는 문제가 있다. 4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원·달러 환율은 5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증하면서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어제는 모처럼 상승, 달러당 1,180원대를 기록했다. 국내 경기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외국자금이 몰려드는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외국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그 결과 환율은 급락해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환시장에 투기심리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환율 안정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연말까지 최대 5조8,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고, 재원 마련을 위해 국회동의를 얻었다. 그런 와중에 그린스펀 의장의 경고성 발언이 나왔고,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마찬가지의 논지를 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 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견제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운신 폭은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서 수출마저 가라앉는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환율에 의존한 수출증대는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정부와 기업은 재차 인식해야 한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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