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이 미국 의회에서도 본격 제기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환율 논란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엘리자베스 돌 의원을 비롯한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 의원 4명은 17일 존 스노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중국이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특히 중국 환율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규정에 적합한지를 규명해야 한다며 "이것은 미국의 실업문제를 설명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돌 의원은 특히 "중국의 환율 조작이 미국 노동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정치 이슈화할 의도를 보였다.
이들의 요구는 최근 잇따라 제기된 미국 제조업계와 금융계, 행정부 일각의 위안화 평가절상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문제를 제기한 만큼 행정부도 뭔가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갖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해온 터라 이번 미 의회의 움직임은 중국을 압박하는 국제적 연합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을 통해 환율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관영 언론들은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의 평가절상 압력을 중국 경제를 약화시키려는 음모로 해석하고 있다.
국무원(행정부) 이론 잡지 료망(瞭望)은 이번 주 최근호에서 "중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환율을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 밀려 엔화를 급격히 평가절상한 결과 거품경제를 맞게 됐다는 것이다.
여론도 음모론에 동조하고 있다. 중국 최대 사이트인 시나 닷 컴(sina.com)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4%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미국의 음모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국측이 시장 상황에 밀려 불가피하게 평가절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6일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경제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저평가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를 풀어 달러화를 매입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시장에 방출된 위안화가 계속 늘어날 경우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인플레가 비교적 낮은 수준이어서 환율 논란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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