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재개할 희망이 보인다. 아직 양국간에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적극적 중재로 북한과 미국이 3자회담에 긍정적 신호를 보이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통보를 계기로 사태가 한층 위험한 지경에 이른 시점이어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화재개와 관련하여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은 지난 봄 베이징 3자회담 중재에 이어, 이번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사외교가 3자회담의 물꼬를 트고 있다. 특히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부부장이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워싱턴을 방문하여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부시정부 인사와 협의에 들어간 것은 인상적인 활동이다.이는 회담방식을 놓고 민감하게 실랑이를 벌이는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정교하게 3자회담을 조율하려는 중국의 치밀한 접근방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이 부부장이 김정일과 부시정부 사이를 오가며 쌍방의 분위기와 의중까지 전달하는 중재협상의 역할도 겸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다이 부부장의 움직임을 주목하게 된다.
북한은 한국과 일본이 낀 5자회담은 아직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된다면 회담방식에 융통성을 둘 필요는 있다. 그러나 부실한 그릇에 물건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점을 3자회담 당사자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자회담 틀 안에서의 북미대화가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본다.
우리는 대화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섣부른 주문이 소용없음을 안다. 다만 북한에 대해서는 전쟁 억지(抑止)를 위해 핵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의 위험성을, 미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체제보장을 인정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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