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셸 트뤼옹 지음·장진영 옮김 솔 발행·1만3,000원서기 2032년은 대감호(大監護) 계획 아래 놓인 해이다. '애벌레'로 불리는 인간들은 신체적 접촉이 금지돼 캡슐 속에서 살아가며 웹상에서 아바타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멀지 않은, 실현될 것 같은 미래다. 프랑스 작가 장 미셸 트뤼옹(53·사진)이 그린 이 미래 세계에서 사람이 살해당했다. 캡슐 안에서 고립돼 살아가는 사람이 죽임을 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웹이 곧 삶이었던 해커 칼뱅은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원인을 찾으려고 고심하다가 거대한 웹의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장 미셸 트뤼옹은 복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 '금지된 복제'(1997)를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두 번째 장편소설 '돌의 후계자'는 2000년 이마지네르 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트뤼옹이 묘사한 가상현실은 2000년대에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갔지만 말할 수 없이 끔찍하고 암울한 것이 됐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대하듯 상대를 마주한다. 아바타를 통해서다. 평등한 듯 보이는 웹 세상 뒤에는 소수 특권 계층의 음모가 숨어 있다. 인간의 교류를 차단시켜 저항과 반란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의미다. 인류에 편의를 주고 전세계를 하나로 만들 줄 알았던 인터넷이 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높이고 있다는 작가의 신랄한 비판이기도 하다. "웹은 연결시켜 주는 것이 아니야. 그것은 분리시키고 있어. 그것은 서로를 접근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체하고 있어. 그것은 결합시키지 못해. 고립시킬 뿐이야. 웹이란 삶의 반대어야."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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