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 전체회의. 개회를 기다리던 기자들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김운용 IOC 위원이 불쑥 회의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이날 회의는 동계올림픽 유치방해설에 대한 그 동안의 조사와 증언들을 토대로 김 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렸다. 김 위원이 특위 위원이기는 하지만, 여야 간사는 당연히 그를 '초대 '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터였다.
김 위원은 이를 무시하고 특위 위원석 한 가운데 자신의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을 지으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그는 또 동료 민주당 의원들과 대기실에서 대책논의를 하면서 회의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김학원 위원장은 "쫓아 낼 수도 없고…"라며 난감해 했다. 결국 이날 특위는 여야 의원이 설전 만을 거듭한 끝에 결론 없이 산회했다.
그 뒤로 특위는 지금까지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유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진상규명의 책임을 국회의원들에게 맡긴 게 처음부터 잘못된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9일부터 시작된 조사에서 의혹은 어렵지 않게 사실로 밝혀졌다고 본다. 공로명 유치위 위원장, 이창동 문광부 장관 등의 증언이 "김 위원의 언행이 유치에 방해됐다"는 쪽으로 일치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국민의 관심이 덜해지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김 위원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사실관계나 증언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그분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 "인민재판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시비비가 가려졌으면 특위는 그에 합당한 결론을 내려야 할 책임이 있다. 요즘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최기수 정치부 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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