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동생, 동료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산악인들이 고인들을 앗아간 히말라야 험봉(險峰)에 대신 도전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다.원정대는 1998년 9월 인도의 탈레이 사가르(Talay Sagar·해발 6,904m)봉 북벽을 오르던 중 정상을 100m 앞두고 발을 헛디뎌 추락해 숨진 김형진(25), 신상만(32), 최승철(28·이상 당시 나이) 등 3명의 가족과 동료들이다.
이들은 최근 '2003 한국마운틴 하드웨어 탈레이 사가르 원정대(단장 손중호)' 발대식을 갖고 탈레이 사가르봉 등정을 위해 8월 11일 인도 델리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에 위치한 탈레이 사가르봉은 산악인 사이에서 '악마의 붉은 성벽'이라고 불릴 만큼 악명이 높은 곳으로, 성공률이 10%에 불과한 고난도의 봉우리다. 이번 원정은 당시 대원들의 유품을 찾고 이들의 원혼을 달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원정대의 홍일점으로 식량을 담당할 김점숙(36)씨는 고 최승철씨의 미망인으로 90년대 중반 암벽등반가로 이름을 떨쳤다. 행정과 수송담당인 김형철(36)씨는 고 김형진씨의 친형이다. 이번 원정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다.
장비 담당인 장기헌(34)씨는 당시 원정대에 참가했다가 사고를 지켜봐야 했던 동료다. 이 대장은 "98년 원정대가 시도했던 코스를 따라 신루트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며 "고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성공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원정대는 8월 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9월 9,10일께 1차 등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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