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깨나도 회사 가기 싫은 날에 그래도 열심히 출근하는 이유는? 높은 경지의 인내심을 기르는 수련장이고, 적당히 놀고 먹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고, 하루 종일 일 안 하고 회의만 해도 수고했다고 말하고, 코미디 같은 상황이 자주 벌어져 늘 즐겁다.…''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듯 출근 시간만 체크하지 말고 퇴근 시간도 체크하라. 만약 퇴근 하지 않고 야근하려 드는 극악무도한 사원이 있다면, 그는 업무시간에 놀았거나 능력부족으로 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한 지진아일 터이니 마땅히 적발하여 징계하라.'
'바보 같은 사람이 제일 먼저 승진하고 멍청한 인간이 회사에 득실거리는 이유는? 어쩌면 외계인이 지구 무능화 프로젝트의 하나로 회사라는 조직을 만든 건 아닐까.'
'죽었다 깨나도 회사 가기 싫은 날'(세이북스 발행·9,500원)은 이처럼 발칙한 험담을 가득 담고 있다. 직장인의 애환을 풍자와 익살, 과장을 섞어 까발린 이 책은 잠시나마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진통제'다. "맞다, 맞어! 나도 그래!" 하고 맞장구를 치게 된다.
지은이는 '철밥통'이라는 가명을 쓴다. 괘씸죄로 직장에서 쫓겨날까 봐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32세의 인터넷 관련 업체 과장이다. 샐러리맨을 괴롭히는 직장 문화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삐딱한 책을 썼다.
"직장이 뭐 군댑니까. 무조건 시키면 해야 하고, 회의든 대화든 했다 하면 그저 남을 이길 생각만 하게. 최고 경영자들이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거나 동병상련하는 샐러리맨 동지들이 이 책을 왕창 사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혹시 그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IMF 체제에 들어간 1998년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면서 스스로 위로 삼아 쓰기 시작해 인터넷에 올렸던 글이 모여 책이 됐다. 남들이 모두 퇴근한 밤이나 휴일에 회사에서 몰래 썼다고 밝혔다. 회사 탈출이 꿈이지만 그만 두면 먹고 살 길이 없어서 가끔 로또를 사고, 죽어도 회사 가기 싫은 날도 통장 잔고를 보며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성공비결을 일러준다는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책의 홍수 속에서 이 책은 패배주의에 젖은 한 직장인의 넋두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직장 생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봐야 진짜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어요? 자기계발서 같은 책은 '자신이 바뀌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구조적 요인은 그냥 둔 채 왜 우리 자신을 들들 볶아야 하지요?"
공휴일인 17일(제헌절)도 그는 회사에 출근했다. 상사를 설득하기 위한 '공작용'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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