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흐르는 강물에 듬성듬성 흐르는 뭉게구름이 비칠 때 바람을 따라 다가오는 흰 돛단배…. 요트라는 단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유함을 떠올린다. 그러나 요트는 '돈많은 귀족'이 아니더라도 간단히 배우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수상 레포츠다. 지루한 장마 끝에 하늘이 맑게 갠 13일, 게임자키 노미나(24)씨가 한강공원 양화지구의 요트장을 찾았다. 노씨는 오직 바람의 힘을 이용해 강과 바다를 누비는 요트의 매력에 빠져 네 시간이 지나도록 지칠 줄을 몰랐다.배 구입 욕심 없으면 비용 저렴
"요트 타려면 배를 사야 하나요? 얼마나 하죠?"
MBC게임에서 '킹스오브더워(Kings of the War)'를 진행하는 인기 게임자키 노미나씨의 첫 질문은 역시 요트와 가격에 관한 것으로 시작됐다. 요트를 타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장비와 비용에 대한 공포다. 요트의 가격은 아무리 싸도 차 한대 값인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프로를 꿈꾸지 않는 한 배까지 구입할 필요는 없다. 대한요트협회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나 동호회 활동에 참가하면 배는 협회의 것을 이용할 수 있어 웬만한 레포츠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오른손에 러더(요트에 붙어있는 막대)를 잡고 제가 '러핑'이라고 하면 미시구요 '베어'라고 하면 당기세요. 러핑, 베어, 러핑, 베어… 아시겠죠?"
서울 요트협회 김정호(27) 코치의 설명에 노씨는 간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요트의 큰 원칙은 돛이 바람의 45도일 때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그 반대인 135도일 때는 그 반대방향으로 배가 움직인다는 것. '바람의 방향을 읽어라'라는 일반적 개념에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의 방향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던 노씨는 웃으며 요트에 올랐다.
서서 타야 하는 윈드서핑과 달리 요트는 앉아서 모든 것을 조절한다. 한 손에는 돛을 조절하는 끈을, 다른 한 손에는 물 속에서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러더'를 잡고 양손의 움직임을 조화해 배를 움직인다. 요트를 타기에 가장 적합한 날씨는 맑으면서도 바람이 적절히 부는 날. '적절히'라는 것은 머리카락이 날려 바람의 방향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뜻한다.
물과 바람의 흐름 읽어야
요트는 크게 1인용과 2인용으로 구별된다. 바람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불던 13일 노씨가 탄 보트는 덩치가 작아 상대적으로 조절이 쉬운 1인용. 숙달되면 물에 젖을 염려가 거의 없기 때문에 움직이기 간편한 옷차림이면 충분하다. 다만 물이 튀기도 하고 종종 배가 뒤집힐 수 있으므로 여벌의 옷과 타월을 준비해야 한다. 배에 물이 튀어 신발과 양말이 젖을 경우를 대비해 물에 잠겨도 금새 마르는 '아쿠아 슈즈'를 신는 것이 좋다. 미리 이를 준비하지 못한 노씨는 맨발로 배에 올랐다.
김정호 코치는 "10여년간 요트를 타면서 사고가 난 것을 본 것은 단 두 차례였다"며 "한번은 술 취한 상태에서 배를 타 물에 빠진 경우였고 또 한 번은 구명조끼에 구멍이 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라고 말한다. 개인용 구명조끼가 없어도 요트장에는 충분한 구명조끼가 있고 구멍이 날 정도로 허술한 구명조끼는 이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술만 먹지 않으면 큰 위험은 없다는 뜻이다. 몸에 꼭 달라 붙어 폼 나는 전문가용 구명조끼는 10만원대, 일반인을 위한 구명조끼는 2만원 정도면 안전한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초보자는 혼자 탈 때 불안감을 느끼므로 1인용이라도 코치가 배의 앞머리에 함께 탑승하는 것이 보통이다. 배에 타기 전에 지상에서 요트의 원리에 대해 충분히 학습하는 것은 기본. 배가 뭍에서 물로 떠날 때 배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앞쪽에는 김 코치가, 물의 흐름을 느끼기 쉬운 요트 선상에는 노씨가 앉았다. 노씨가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을 때 둘의 위치를 바꿨다.
한강을 유유히 떠가던 요트는 두 사람이 위치를 바꾸는 순간 두 차례 뒤집혔다. 거대한 '러브보트'와는 달리 요트는 사람 키만한 작은 배와 바람을 잡는 돛이 전부이기에 균형을 잃으면 물에 고꾸라진다. 뒤집힌 배를 다시 세우는 것도 기술이라서 미리 배워두는 것은 필수. 멀리 한강 둔치에서 물에 빠진 요트를 보며 걱정하던 취재진의 우려와 달리 강을 건너 남쪽과 북쪽을 오가는 노씨의 표정은 흥분돼 있다.
"아직 뜻대로 배를 움직이진 못하지만 강바람이 얼굴을 이처럼 강렬하게 스치는 기분은 처음이에요. 물에 빠질 때 무섭지 않냐구요? 오히려 시원하던걸요. 다음에는 강바람보다 시원하다는 바닷바람에 제 몸을 실어보고 싶습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15만원에 협회서 주말 16시간 강습
요트를 배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각 지역별로 운영되는 대한요트협회의 강습을 받는 것이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강습은 보통 토, 일요일 각각 네 시간씩 두주, 총 16시간 동안 진행된다. 강습료는 15만원. 인원수가 10여명으로 제한돼 있으므로 미리 협회로 전화해 대기자 명단에 등록해두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 있는 요트의 종류는 1인용 옵티미스트, 레이저, 래디알과 2인용 470, 420 등 다섯 종류. 가격은 아무리 싸도 1,0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뜻이 맞는 사람 여럿이 모여 500만원 정도의 중고를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덩치 큰 요트를 차에 달고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통 요트장에 보관하는데 보관료는 1년에 40만원 선이다.
복장은 정식 요트복이 가장 좋지만 물에 젖어도 쉽게 마르는 간편한 차림이면 일상복도 무난하다. 손에 굳은살이 배길 수 있으므로 요트용 장갑을 착용하고 맨발보다는 물이 차지 않는 '아쿠아 슈즈'를 신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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