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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농구 최고스타 안 희 욱/"소속은 동네… 실력은 N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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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농구 최고스타 안 희 욱/"소속은 동네… 실력은 NBA"

입력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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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시카고 불스에 6번이나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트로피를 안기며 불멸의 자취를 남긴 마이클 조던. 그는 NBA라는 제도권의 '농구황제'였지만 당시 길거리농구의 메카, 뉴욕 할렘에도 조던을 능가할만한 그들만의 영웅이 존재했다. 할렘의 뒷골목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난 길거리농구 영웅들의 실력은 자못 현란했다. 2003년 7월. 대한민국 길거리농구의 최고 스타는 안희욱(19·171㎝·동아대 체육과1)이다. 길거리농구 마니아 중 그 이름을 모르면 '간첩'으로 불릴 정도. 최근 TV CF에도 등장한 안희욱. 그의 팬카페(cafe.daum.net/anheewook) 회원은 7만명이 넘는다.드리블의 마술사, 재야의 농구천재

지난 13일 오후 고려대 체육관. 길거리농구대회 '나이키 배틀 그라운드'를 준비하는 30여명의 젊은이들이 안희욱의 신들린 듯 한 드리블을 넋이 나간 듯 지켜보고 있다. 비하인드 패스 시늉을 하다 공이 그대로 골네트를 통과하는가 하면 공이 머리 위로 넘어가 가랑이 사이에서 나온다. 드리블하다 상대방이 가로채기를 노리면 공은 재빨리 발 뒷꿈치 뒤로 넘어갔다가 앞으로 되돌아 온다. 여기저기서 "히야"하는 탄성이 터지자 잠시 무릎으로 공을 튕기더니 아예 수비수의 시야에서 공이 사라졌다. 농구공이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한바퀴 회전한뒤 나온 것. 이쯤되자 상대팀 선수는 더 이상 수비를 하지않고 흥에 겨워 함께 춤을 춘다.

이상민 김승현도 혀를 내두른 실력

일반 농구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장면들은 '힙 '으로 통한다. 힙합(hiphop)과 농구골대(hoop)의 합성어. 안희욱은 "승패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농구를 즐기는 한바탕 '농구잔치'를 의미한다"며 "누가 골을 많이 넣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농구를 즐기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안희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나이키사가 개최한 길거리농구대회를 주름잡고 12명의 시범단에 뽑힌 이후. 농구스타 문경은, 이상민, 대학 최강 가드로 뽑히는 성균관대 임효성 등과 만나 한 수 배우는 동시에 그들의 눈을 '핑핑'돌아가게 했다. 또 여의도공원에서 수백명의 마니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승현과 한판 붙기도 했다. 그때마다 안희욱은 대스타들에게 "프로에 데뷔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초등 3년때 마이클 조던을 꿈꾸다

시작은 미미했다. 때는 초등학교 3학년시절. TV에서 본 마이클 조던의 경기장면은 꼬마의 운명을 뒤바꿔 놓았다. 동네 농구코트로 당장 달려나갔지만 고등학생 형들은 키작은 꼬마를 끼워줄 리 만무했다. "형들이 다친다며 함께 하고 싶은 저를 무시했어요. 결국 부상자가 생겨 깍두기로 참가했지만 끝날 때까지 단 한번의 패스도 주어지지 않았죠." 속이 상한 안희욱은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 "하나뿐인 동네 골대도 사용할 수 없었고 오기가 생겨 한달동안 열심히 공을 튕겼지요." 그가 다시 형들을 찾아가 보여준 첫 작품은 가로채기에 이은 드리블과 레이업슛. "어! 꼬마가 좀 하는데…."라며 재미있어하는 형들에게 안희욱이 렉 스루 드리블(다리 밑으로 공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여주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6학년쯤 됐을 때 이미 왠만한 중고생들은 1대1에서 다 이겼다"는 그는 "고교시절에 스카우트 제의도 몇번 받았지만 집안에 부담주기 싫었다"고 선수가 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선배들에게 "농구 선수가 되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전해들은 마음씨 착한 안희욱은 아버지가 시내버스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어머니는 어린이집 도우미일을 하는 넉넉치 못한 집안형편이 마음에 걸렸다.

농구공을 여자친구처럼

요즘 안희욱의 소식을 접하는 옛 친구들은 "쟤 아직도 농구하네"라고 입을 뗀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억에 그는 '항상 농구하는 아이'로 남아있다. 고교시절 농구공을 가지고 다니는 게 교칙 위반이었지만 안희욱 때문에 이 조항이 사라지기도 했다. 선생님들도 그가 얼마나 농구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능시험장에서도 농구공은 제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안희욱은 앞으로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한 뒤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게 꿈이다. 물론 프로선수가 될 생각은 없다. 단지 어느 직업을 택하든 농구만 할 수 있으면 된다. 농구를 왜 하냐는 질문에 그는 "농구할 때 제가 가장 많이 환하게 웃는다는 걸 스스로 알거든요"라고 답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길거리 농구 현황

길거리농구는 미국 뉴욕 할렘의 흑인 청소년들이 주차장이나 공터에서 볼하나를 갖고 놀이를 한 것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주전 3명에 교체선수1명을 포함, 총 4명으로 한 팀을 구성한다. 1대1로 맞서는 개인전도 있다. 정식 코트의 절반만 사용해 체력소모가 적다. 득점은 야투와 자유투가1점, 3점라인 밖에서 던지는 슛은 2점이다.

각 스포츠용품업체에서는 경쟁적으로 대규모의 길거리농구대회를 개최하고있어 마니아의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대회를 개최하는아디다스나 나이키배 대회 참가 인원은 2만여명을 넘어선다.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길거리농구 동호회가 급증하고 있다. 중ㆍ고ㆍ대학생의 3분의1 이상이 동네에서 농구를 즐기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적극적으로 팀을만들어 활동하는 수도 최소 10만명을 넘는다.

17일부터 부산 사직공원에서 시작하는 ‘나이키 배틀 그라운드’ 길거리농구대회에서는 새로운 스타들이 배출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7월17~19일)을 필두로 대구(7월22~24일), 광주(7월26~27일), 대전(7월29~30일), 서울(8월1~6일)의 5개 도시에서 전개될 이번 대회는 3대3 부문과 1대1로 나뉘어 진행된다. 상위 입상자 300명은 8월14일부터 18일까지 3박4일간의 농구캠프에 참가하고, 이를 통해 미국대회에 출전할 국내 길거리농구 최강자를가리게 된다. 문의 (02)541_8319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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