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일하다 보니 개인 신상 정보를 적다가 직업을 묻는 질문이 나오면 '서비스업'에 동그라미를 치게 된다. 그런데 '서비스'라는 단어는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우선 회사 뒷골목에 가면 5,000원에 직장인을 상대로 점심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된장찌개 하나만 시켜도 반찬이 많게는 5∼6가지가 딸려 나온다. 언뜻 인심이 좋다는 생각이 들다가 종업원이 던지듯 놓아주는 반찬이나 이전 손님의 흔적이 남아있는 식탁 바닥을 보면 생각이 바뀐다. 특히 물에서 김치 냄새가 날 때면 '아무리 공짜라지만'하는 생각이 든다. 가게의 종업원들은 '서비스=공짜이므로 아무렇게나 줘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와 카펫 무늬까지 똑같아 신기했던 미국의 어느 스타벅스에서 겪은 일이 있다. 그곳 스타벅스의 한 구석에는 고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우유를 가져갈 수 있도록 우유통이 비치돼 있었다. 어느 백인 여성이 매장에 들어오자 마자 우유통으로 가더니 가져온 보온통에 우유를 가득 채우고 나가는 것이었다. 이 여성은 커피를 주문하지도 않았지만 당당했다. 고객의 태도에 놀란 것은 물론이지만 종업원의 반응에 다시 한번 놀랐다. 종업원은 이 얌체 고객에게 미소를 지으며 "좋은 하루 되세요!"하고 소리쳤다.
나는 직업적 호기심이 발동해 종업원에게 그래도 되는지 물었다. 종업원은 웃으며 말했다. "처음 보는 고객이지만 다른 스타벅스 지점 단골일 수도 있고 내일부터 이 곳의 단골이 될 수도 있잖아요." 아, 미국에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에도 품격이 있었다! 그저 깍두기 한 국자 더 퍼주는 '인심'과는 달랐다.
씹기 어려운 근육소일지라도 좋다. '서비스'로 나오는 반찬의 가짓수를 늘리기 보다는 바쁜 와중이지만 "맛있게 드세요?" "부족한 건 없으세요?"하며 고객을 향해 미소를 살짝 지어주는 0.1초의 여유를 기대하는 건 과욕일까? 고객 스스로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찾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먼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20, 30대가 운영하는 매장들을 중심으로 서비스의 개념이 고객 위주로 바뀌어가는 것 같다. 20, 30대가 나서서 맛은 기본이고, 정성 어린 서비스 마인드로 고객을 대하는 매장을 늘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 윤 화 르네상스서울 호텔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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