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적십자사연맹(ICRC)은 17일 '2003 세계 재난보고서를 '발표했다. ICRC의 보고서는 세계는 잊혀진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의 전장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지구상의 가장 불쌍한 지역'으로 떠오른 반면, 수백만명이 에이즈와 가뭄 등으로 소리없이 죽어간 아프리카는 외면 받았다. 부자나라 정부나 구호단체들의 원조가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분쟁지역에만 집중된 결과다.
9·11 이후 아프가니스탄 원조액은 인도적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3배나 늘었지만, 앙골라 소말리아 콩고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줄곧 소외당했다. 올해 4월 미국이 이라크 구호 자금으로 17억 달러를 쏟아 붓는 동안 세계식량계획(WFP)의 아프리카 22개국 4,000만명 분 구호식량 기금이 모자라 쩔쩔매야 했다.
맹목적인 구호활동도 비판적으로 지적됐다. 아프간전 이후 국제회의를 통해 아프간에 배당된 구호 원조금의 대부분은 전문가와 아프간 현지의 줄기찬 반대에도 식량으로 지급됐다. 넘치는 구호 식량으로 곡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아프간 농가들은 밀 재배를 포기했고, 생계를 위한 아편 재배를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보고서는 또 선진국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불법 이민자를 추방함으로써 오갈 데 없는 난민으로 만들고 한편으로는 난민구호에 지원금을 내놓는 역설적인 상황도 꼬집었다.
보고서는 이밖에 일반 재해와 관련, "2002년에는 유난히 자연재해가 많고 재산피해(270억 달러)가 컸으나 희생자 규모(2만4,500명)는 10년간 평균(6만2,000명)보다 적었다"고 밝혔다. 디디에 J 셰르피텔 ICRC 사무총장은 서문에서 "성공적인 구호 활동을 위해서는 원조국과 피원조국의 정부 사회단체 언론 등 여러 이해세력을 아우를 '맑고 고운 원칙의 푯대'가 필요하다"며 "음지에 가려진 수천만 지구촌 주민의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