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생전에 모아온 우리나라의 옛 안경들과 안과 기구들입니다. 육신은 비록 미국 땅에 묻혔지만, 남편이 사랑했던 서울대병원에 이를 기증하게 돼 너무 가슴 벅찹니다." 인공삽입체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한국인 최초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 올랐던 고(故) 김 철(안과 전문의)박사의 부인 김미자(63)씨가 최근 내한, 남편이 평생동안 수집해온 우리 옛 안경과 안과기구 70여점을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 기증했다.부산 해양대 출신인 김 철 박사는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의대를 졸업한 후 64년부터 하버드의대 부속 병원인 매사추세츠 안이(眼耳)전문병원에서 교수 겸 안과의로 근무해왔다. 김 박사는 80년대 중반 국내에 백내장과 녹내장 동시 수술법을 처음 소개했고, 최규하 전 대통령의 백내장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장 면 전 총리와 장 발 서울대 미대 초대 학장의 조카이기도 하다.
"구한말 귀족층은 나름대로 상당히 호사스럽게 살았던 것 같아요. 거북등이나 상어 껍질로 만든 안경집에서 무테안경 색안경 실다리안경까지 150∼200년 전 물건인데도 너무나 세련된 디자인과 색깔을 지녔습니다." 실다리 안경은 안경 중앙을 접었다 폈다 하는 접이식 안경으로, 안경 다리 대신 실을 귀에 고정시키도록 돼 있다. 안경 중앙에는 망건에 끼워 고정시키는 장치까지 달려 있다.
80년대 중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사동에서 남편과 이를 구입했던 부인 김씨는 "안경을 구경한 미국의 안과 의사들이 한국의 빼어난 손재주에 탄복하더라"면서 "몇 년 전에는 소문을 들었던지, 국내 유명 안경점에서 수억원 줄 테니 넘겨달라는 제안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부인 김씨는 1970년대 서울 을지로 입구에 우리나라 최고의 사교 명소였던 '라 칸티나' 레스토랑을 경영하다, 김 박사와 결혼하면서 미국에 체류해왔다. "둘 다 재혼이어서, 25년 밖에 안되는 결혼 생활이었지만, 너무 행복하게 살았어요. " 김 박사는 2001년 급성위암으로 타계했다.
전시회는 '안과의사가 모은 우리 옛 안경'이란 이름으로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대병원내 의학박물관에서 3개월간 열린다. 21일 오후 4시 오픈 행사에는 패티김 김지미 박완서씨 등 지인들이 참석, 성대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송영주 편집위원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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