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테스트로 불리는 브리티시오픈의 첫날 주인공은 타이거 우즈(미국)도 어니 엘스(남아공)도 아니었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허석호(30·이동수패션)와 럭비선수 출신의 무명 헤니 오토(남아공), 그리고 10년 만에 링크스코스 정복에 나선 백전노장 그렉 노먼(48·호주)이었다.○…17일 오후 2시30분(한국시각) 잉글랜드 샌드위치의 로얄세인트조지스골프장에서 이언 피만(영국)의 힘찬 티샷으로 막을 올린 세계 최고(最古)의 권위와 전통의 제132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첫날 라운드에서 허석호가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하는 깜짝 선전을 펼쳤다.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친 허석호는 18일 0시30분 현재 3언더파로 클럽하우스 리더(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선두)로 나선 오토와 2언더파의 노먼,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에 이어 공동 4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아침 일찍 내린 폭우와 거센 바람 속에 1라운드를 마친 선수 중 4명만이 언더파 성적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상금랭킹 성적으로 브리티시오픈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허석호의 상위권 진입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 허석호는 럭비공 튀듯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페어웨이에서 14차례 티샷 가운데 8차례 페어웨이를 지켰고 그린을 놓친 것도 불과 7차례에 그치는 정확한 샷을 구사했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도 평균 303야드에 이르러 미국이나 유럽 출신 장타자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았고 빠른 그린에서 3퍼트는 1차례로 막고 28개로 18홀을 마친 퍼트도 수준급이었다.
유럽프로골프(EPGA) 2부투어 선수로 예선을 거쳐 겨우 대회 출전권을 얻어낸 오토는 버디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8타를 쳐 리더보더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잊혀진 골프스타 노먼의 첫날 선두권 부상도 뜻밖의 일이다. 1993년 같은 코스에서 13언더파의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노먼은 이날 2언더파 73타로 공동 2위에 랭크되면서 한때 '넘버1'으로 군림했던 백상어에 대한 올드팬들의 추억을 되살리게 했다. 특히 노먼은 이날 첫 홀 버디에 이어 497야드 파5 4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내는 녹슬지 않은 샷 감각으로 갤러리의 찬사를 자아내게 했다
○…이에 비해 타이거 우즈는 자연과의 싸움에서 최대 희생양이 됐다. 4차례 연속 메이저대회 무관의 부진을 씻기 위해 우즈는 442야드 파4 1번홀에서 회심의 티샷을 날렸지만 오른쪽 러프쪽으로 사라져버렸다. 볼을 찾을 수 있는 제한시간은 5분. 경기진행요원과 동반플레이어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무릎까지 빠지는 깊은 러프에 박힌 우즈의 볼을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로스트 볼' 판정을 받는 우즈는 다시 티잉 그라운드로 되돌아가 1벌타를 먹고 3번째 샷을 날려야 했다. 그러나 이 샷마저 같은 러프지역에 빠지고 말았고 다행히 볼을 찾은 우즈는 간신히 페어웨이로 볼을 꺼낸 뒤 어프로치 샷으로 6m에 붙여 2퍼트로 간신히 홀아웃했다. 우즈가 볼을 찾지 못해 두번 티샷을 하는 수모를 당한 것도 그렇지만 개막일 첫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브리티시오픈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우즈는 이날 4개의 버디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트리플보기 1개와 12∼14번홀에서의 줄보기로 2오버파 73타로 1라운드를 마감, '골프황제'의 자존심을 구겼다. 한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의 제리 켈리(미국)도 첫 홀에서 러프와 러프를 전전하다 무려 11타를 치면서 한 홀에서만 7타를 까먹는 망신을 당한 끝에 15오버파 86타 최하위권으로 홀아웃,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한편 최경주는 0시30분 현재 15홀까지 버디없이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로 3오버파를 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황태자' 엘스도 9번홀까지 4오버파의 난조를 보였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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