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전쟁 수행으로 전쟁개시 불과 43일 만에 승리를 선언했던 미국이 16일 "이라크에서 전형적인 게릴라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는 전쟁에는 승리했지만 전후처리는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이다.이라크전 개전 이후 미군 사망자수가 1991년 걸프전 당시 수준(147명)을 넘어선 직후 나온 이번 발표는 국민들에 베트남전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전쟁은 진행중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회견을 갖고 "이라크 주둔 미군에 가해지고 있는 공격이 조직화되고 있다"며 "이는 고전적인 게릴라 작전으로 강도가 낮은 전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트당원, 보안군, 이라크 특수공화국수비대 군인들이 조직화하고 있으며, '안사르 알 이슬람' 등과 같은 테러단체들도 가세하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1년 이상 저항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발표는 최근까지 반군 공격을 게릴라전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특히 이날 바그다드 서부 지역을 순찰 중이던 미 3사단 소속 병사 1명이 반군들로부터 로켓 공격을 받아 사망, 교전 도중 미군 사망자는 148명으로 늘었다. 또 종전 선언 이후 처음으로 이라크 반군이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이륙하는 미군 C―130 수송기를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도 발생했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하루 평균 12건의 반군 저항이 보고되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 후 미군은 교전과 사고 등으로 모두 222명이 사망했으며, 종전 선언 이후에만 3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편 이라크 바트당 집권 35주년인 17일 이라크인들에게 미군과 영국군에 대한 저항을 촉구하는 사담 후세인의 메시지를 담은 녹음 테이프가 알 아라비아TV를 통해 방송됐다. 테이프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기에는 최근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의 활동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침략 명분을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쟁의 후폭풍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에서의 이같은 상황 악화가 미 행정부가 전쟁 개시를 위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왜곡 과장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후 처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정보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고 시인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상원 정보위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는 등 수모를 당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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