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가 또 다시 오염 위기를 맞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바이칼 부근에 있는 앙가르스크 유전에서 중국 북동부 대칭(大慶)을 연결하는 전장 2,500㎞ 시베리아 송유관 때문이다.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와 중국의 국가 석유·천연가스 집단공사는 앞으로 25년간 매년 3,000만톤의 시베리아 원유를 중국으로 보내는 송유관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국제환경 보호단체 그린피스 러시아 지부는 "시베리아 송유관이 바이칼로 유입되는 강의 유역을 지나게 된다"면서 "이는 생태적 관심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바이칼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의미다. 초생달 모양의 호수는 넓이가 3만1,500㎢로 한반도 전체의 7분의 1. 크기도 크기 이지만 수심이 최장 1,367m나 돼 전세계 담수량의 5분의 1을 저장하고 있다. 폭이 가장 넓은 곳은 79㎞인 데다, 20여개의 섬이 흩어져 있어 바다나 다름없다. 세계에서 가장 담수량이 많고, 오래 됐으며, 가장 물이 맑고 차가운 호수가 바이칼이다. 구 소련의 개방으로 관광객이 몰려들자 국제사회는 '바이칼 지키기'에 나섰다. 2,600종의 각종 생물이 사는 바이칼은 생태계의 보고로 인류공동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1997년 바이칼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했고, 그린피스 등의 환경단체와 '바이칼 워치' 및 '바이칼 웨이브' 등 환경관련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 1차 오염의 주범은 바이칼 펄프제지 콤비나트(BCBK)라는 펄프공장. 이르쿠츠크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바이칼스크에 있는 이 공장은 오·폐수와 폐기물을 40년 동안이나 곧 바로 바이칼에 쏟아 부었음이 확인돼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세계은행(IBRD)이 폐수처리 시설에 2,240만달러를 급히 지원했고, 러시아 정부도 700만달러를 특별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공장을 아예 폐쇄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 바이칼은 우리와 관계가 깊다. 우리 선조가 바이칼 부근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고, 주변의 문화적 토양은 우리 토착문화와 유사성이 많다. 시베리아 토기와 샤머니즘 등은 우리의 것과 너무나 닮았다. 육당 최남선 선생이나 봉우 권태훈 선생 등은 우리 민족의 발상지가 바이칼이라고 단정한다. 사실 이곳의 원주민인 브리야트족은 우리의 조상과 같은 몽골족이다. 바이칼의 오염이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것은 이 같은 정서적 끈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병규 논설위원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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