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분신이라도 할까 마음먹었습니다만…." 16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방화 예비 혐의로 입건된 김모(48)씨는 '수사반장' '방랑시인 김삿갓' 등으로 유명한 원로 방송작가인 부친 김정환(72)씨와 삼성그룹간에 얽힌 '악연'을 하소연했다. 김씨는 15일 오후 2시40분께 서울 한남동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자택 앞에서 시너 1ℓ를 몸에 뿌리고 분신소동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김씨가 밝힌 부친 김씨와 삼성간의 모진 실랑이는 1995년 10월의 법정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친 김씨는 당시 H영화사에 비디오판권계약과 관련된 연대보증을 섰는데 영화사가 부도나자 당시 투자자였던 삼성물산측이 "자금지원보증인인 당신이 3억7,000만원을 변제하라"며 재산압류신청을 낸 것. 이에 김씨가 "비디오판권계약 연대보증인인 나도 모르는 새 '자금지원보증인'으로 바뀌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1심을 제외하곤 끝까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김씨는 "삼성물산이 항소심에서 증거물로 제시한 백지어음의 서명은 완전히 위조된 것이며, 어음에 찍힌 명판의 제작시기도 삼성물산측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결정적인 반박증거를 내놨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삼성측이 위증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역시 불가항력이었으며 그 이후 삼성측이 언론 등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변제금까지 깎아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거액의 빚을 지게 된 김씨는 화병으로 폭음을 일삼아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는 병을 얻어 네개의 손가락을 잘라내야 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5년여간의 법정소송끝에 아버지는 정신병까지 얻었고, 삼성카드사에 근무하던 동생마저 유무형의 압력으로 퇴사했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판이 끝난 이상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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