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였다. 지난 주 국회가 합의한 경기대책이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이번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우리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보다 중장기적인 대책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번 경제운용방향은 대책없이 분배지향적이고 진보적이던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우리 경제에 성장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여러 대책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보여진다.
이 운용방향의 핵심은 경제활성화에 있고, 이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율 상향조정과 외국인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활성화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더불어 신용불량자를 위한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대책과 저소득층 근로소득 공제율 인상과 주택가격 안정을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자유무역지대(FTA) 확대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총론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언뜻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이번 대책들이 기존에 나와있는 여러 가지 대책들을 짜깁기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그 필요성이 누차 강조되었지만 각종 이익단체들의 저항에 부딪히거나 정부의 의지와 추진력 부족으로 실천이 되지 않은 대책들이 많이 보인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세금감면과 지원요건 완화,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낙후지역 활성화, 과표현실화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 신용불량자별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 외국과의 자유무역지대 추진 등 너무나 낯익은, 그럼에도 여태껏 실현되지 않은 대책들이 그에 해당한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노조의 압력을 두려워하는 한 외국인투자 활성화는 불가능하고, 농민단체의 압력을 두려워하는 한 자유무역지대의 추진 또한 불가능하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제시한 정책들이 막상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것들이 많다.
임시투자세액 상향조정과 서민층의 근로소득세 인하는 현재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상태를 감안할 때 투자와 내수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더욱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의 도약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새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능력에 비춰볼 때 우리 국민 누구도 그 실현 가능성을 믿기 어렵다.
지금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엽적이고 편법적인 대책을 통한 일시적 경기부양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표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여전히 미흡한 대목들이 많다. 이것이 보다 더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경제가 갑자기 악화된 원인들을 제거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세제 지원이 아니라 기업들이 자유롭고 신명나게 사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데 있다. 또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긴요한 것은 세금 감면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선 불요불급한 규제를 완화하고, 노사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자유지대를 조속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절실한 것은 세금 몇 푼 깎아주는 게 아니라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 성 린 한양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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