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되면 우리는 외국의 도시로 관광을 떠난다. 즐겨 찾는 관광지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거나,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인위적으로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어 손님을 부르는 지역이다. 세계인의 교류가 빈번해지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가정집에서 손님을 맞듯이 도시를 분위기 있게 잘 가꾸어 놓는 게 국가 경쟁력의 기본 조건일 것이다.얼마 전 세계의 도시를 소개하는 영상물을 보면서 외국인에게 우리나라를 떠오르게 하는 상징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에펠탑, 자유의 여신상, 피라미드, 피사의 사탑, 타지마할에서 각각 프랑스, 미국, 이집트, 이탈리아, 인도를 연상한다. 일본은 후지산을 오랫동안 홍보한 결과, 이제 많은 외국인들이 후지산 전경을 보면 그것이 일본임을 알아차린다. 말레이시아의 콸라룸푸르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라는 초고층 건물로 도시를 홍보하고 있다. 홍콩의 이미지는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나열된 간판들과 인구 밀도가 높은 거리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을 한 순간에 나타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최근에는 월드컵 응원단 붉은 악마의 빨간 티셔츠일지도 모른다.
1970년 대 이후 우리 도시는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많은 건설 현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도시로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기 계획에 급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시계획이 분위기를 가진 제 모습을 완성하려면 적어도 몇 십년은 걸린다.
도시의 모습과 정치인의 의지는 직결된다. 세계 어느 유명 도시도 정치인의 의지가 담기지 않은 도시는 없다. 서울 관문에 우리의 건설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는 최첨단 초고층 건축물을 여럿 세워 첨단도시의 상징을 부여해도 좋고, 앞으로 있을 백남준 미술관 국제 현상공모전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채택해 예술가와 함께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좋다. 이왕 시작한 청계천 살리기는 세계 유일의 미래형 도심 천변장소로 태어나야 한다. 중단된 새만금사업은 지역이기주의 보다는 국토 전체를 보며 미래형 고부가 환경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도시 하나 하나가 세계인에게 매력적인 곳으로 인지될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어, 정권이 바뀌어도 변경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 나갈 때 오늘 우리가 건축하는 모든 건물과 도시를 미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건네줄 수 있을 것이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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