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공공장소에서 피노키오를 보면, 아이 손을 잡고 줄행랑을 칠 것이며, 경찰에 신고하라.' 미 영화 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이런 비아냥을 '피노키오'(Pinocchio)에 대한 리뷰 중 최고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서는 '피노키오'는 자신이 세운 '인생은 아름다워'의 흥행 기록을 깨뜨렸다. 물론 비평은 시원치 않았다.카를로 콜로디의 원작 동화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피노키오'는 동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올해 51세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귀여운 피노키오를 연기한다는 것도 억지스럽다. 그것이 최대 약점이다.
외로운 목수 제페토(카를로 기우페레) 할아버지가 요정의 수레에서 떨어진 소나무로 만든 피노키오는 여우과 고양이의 꾐에 빠져 돈이 열리는 나무를 찾으러 가고, 밤낮으로 놀기만 하는 천국 같은 세상이 있다는 친구의 꾐에 빠져 또 가출하는 등 아버지 속을 썩인다. 이런 스토리라면 "엄마 아빠 말 안 들으면 죽도록 고생한다"는 어린이 협박용 영화라면 모를까 다른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천방지축 피노키오를 연기하는 베니니의 노쇠한 모습은 안쓰러움 혹은 과욕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미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형극단의 포악한 거인 단장, 고래 뱃속에서 제페토와 피노키오가 만나는 장면 등 동화적 설정은 언제 봐도 동심을 자극한다. 그러나 아내 니콜레타 브라스치를 요정으로 세운 것은 참기 힘들다. 그녀의 몫은 '인생은 아름다워'로 충분했다. 아내는 제작하고, 남편은 배우 아내를 위해 연출했다가 망신당한 '스웹트 어웨이'(가이 리치 감독, 마돈나 주연)를 연상시킨다. 16일. 전체 관람가.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