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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쿨' 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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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기자의 컷] '쿨' 해야 산다

입력
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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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니가 쪼매 쿨하다고 생각했다.” 곧 개봉할 ‘똥개’에서 가장 웃음이 요란하게 터지는 대목은 두 여자 친구의 대화. 랩 가사에 “Yo! Cool”이라는 가사로 표현되면 진짜 ‘쿨’하게 느껴지는 이 단어가 경상도사투리와 엮여 ‘쪼매’라는 부사로 수식되니, 웃음이 터진다. 가공할 사투리의 위력이다.‘쿨’해야 한다는 건 요즘 신세대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 됐다. “성격이 쿨하네요”란 말을 들었다면, 잘 삐쳐서도 안되고 남자 문제 따위로 고민해서도 안되며, 남자 친구 생겼다고 여자 친구에게 연락을 끊으면 안 된다.

첫 주 관객몰이에 성공한 ‘싱글즈’의 흥행 키워드는 바로 ‘쿨’이다.

실연, 임신, 동거 등 싱글의 여러 가지 고민을 이 영화는 그야말로 ‘쿨’하게 다뤘다. 어릴 적부터 친구인 동미(엄정화)와 정준(이범수)의 관계는‘쿨’ 그 자체.동미 만큼 ‘핫’한 육체나 마인드를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정준처럼 마음씨 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둘은 “내 타입이 아니야”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집적거리지 않는다. 키 작고, 미남형이 아닌 이범수가 배역을 맡은 ‘성격 좋은 정준’은 ‘생활 밀착형 킹카’. 이런 킹카와 단한번 실수로, 술김에 사고를 저질러 임신을 한 동미 역시 ‘쿨’하게 남자에겐 알리지 않고 혼자 출산을 준비한다.

디자이너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강등된 나난의 캐릭터도 ‘쿨’하다. 뉴욕에 가서 디자인 공부를 시켜주겠다며 결혼하자는 남자를 혼자떠나 보낸다. 곧 점장님이 된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일까 (사실 실장님의인기는 검증됐지만, 점장님은 글쎄).동미, 나난 두 여자가 매우 ‘쿨’한 결정을 내린 것은 틀림없지만 이런투덜거림도 있을 법하다. “나난은 뉴욕 가서 디자인을 공부했어야 했다.

돈 벌어와서 동미를 도와주는 게 패밀리 레스토랑 무료 쿠폰 주는 거 보다백배 낫다”(썰렁하지만 현실적이다), “동미는 저 혼자 잘난 척하려고 정준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다”(싸늘하지만 일리 있다). 진정 ‘쿨’의 길이란 무엇이더냐? 쿨함과 썰렁함, 그리고 싸늘함. 간발의 차이지만 큰 차이다. 하긴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니.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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