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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화가 다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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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만화가 다시 웃는다

입력
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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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만화'는 어디로 갔을까. 1950∼80년대 전체 한국만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안겨줬던 명랑 만화는 90년대 일본 만화가 밀려오고 하이틴 취향의 만화가 대종을 이루면서 시장에서 밀려났다. 30대나 40대들 가운데는 어린 시절 즐겨 본 명랑 만화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이들이 적지 않다.지금은 명랑 만화라는 말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명랑 만화의 맥을 잇는 만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성인만화에도 그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적지 않다. 팔등신의 늘씬한 극화체 만화와 대조되는 삼등신 사등신의 귀엽고 동글동글한 그림체, 일상의 에피소드, 유머와 교훈적 메시지, 코미디와 해학적 요소가 강한 이야기 구성 등이 그 특징이다. 요즘은 웃음을 주는 만화라는 뜻에서 '개그 만화''코믹 만화'로 불리고 있는 만화들이 명랑만화의 최신 버전인 셈이다.

'팡팡''윙크' 등 아동만화 잡지들은 이런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을 발굴해 꾸준히 싣고 있다. 지난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스타프로젝트' 지원작품으로 선정된 배성훈의 '마스크맨'도 이런 만화들 가운데 하나이다. 레슬링을 하는 마스크를 쓴 등장인물이 정의의 편과 악의 편으로 나뉘어 대결을 벌이는 구도로 명랑 만화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팡팡'에 연재되면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고 단행본으로도 나왔다. '윙크'에 실리고 있는 김미영의 '왔다'는 남자가 집안에서 살림을 하고 여자가 사회활동 주도권을 잡는 내용으로 남녀의 성역할을 반전시킨 블랙코미디적 개그 만화이다. '소년 챔프'에 연재된 전상영의 '미스터부'는 엽기적 요소를 갖춘 개그만화로 꼽힌다.

이런 만화의 인기는 명랑 만화가 사라진 후 위축된 어린이 만화시장이 조금씩 되살아 나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최근 학습만화 붐이 일면서 만화에 익숙해진 어린이 독자들이 다시 만화를 오락거리의 하나로 찾기 시작한 것이 배경이다.

명랑 만화적 요소는 최근 인터넷 만화 바람 등을 타고 성인 만화에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정철연의 '마린 블루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바다생물로 성게, 불가사리, 멍게, 쭈꾸미 양 등 조그맣고 단순한 그림체로 요즘 20대의 일상과 정서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비빔툰'의 작가 홍승우씨는 명랑 만화 요소를 신문만화, 성인만화로까지 확대한 작가로 꼽힌다. 김진태의 '시민쾌걸'도 이런 작품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팡팡'의 오태엽 편집장은 "'꺼벙이'나 '도깨비 감투'같은 명랑 만화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면서 "아쉽지만 시대와 정서가 변한 만큼 만화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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