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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3'/더 강해졌다, 돌아온 그도… 적인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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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3'/더 강해졌다, 돌아온 그도… 적인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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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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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사막에 돌연 불꽃이 일었다. 늠름한 몸매의 한 사내가 불꽃을 뚫고 일어났다. 12년 전 '돌아오겠다'던 사이보그, '심판의 날'을 저지하고 인류를 구원하러 온 T―800이다.7월2일 개봉하자마자 전미 박스오피스를 석권한 '터미네이터 3'(감독 조나단 모스토우)의 위용은 여전하다. 여전사 터미네트릭스(크리스티나 로켄)의 파워 액션과 이에 맞서 미래의 지도자 존 코너를 지키는 T―800(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충돌은 객석이 들썩거릴 정도로 강력하다.

슈워제네거와 터미네트릭스가 벌이는 육중한 액션 신은 2편에 비해 손색이 없다. 영화 성패의 열쇠는 사실 터미네이터라기보다 터미네트릭스(T―X)가 쥐고 있다. 터미네이터는 색다른 변신을 추구하지도 않았고, 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살인기계는 미래의 인류해방군이 보낸 터미네이터보다 강력하다. 결국 살인기계가 자아내는 긴장과 공포가 얼마나 위협적이냐가 영화의 볼거리다.

T―X는 성인이 된 코너의 동창들, 즉 미래의 해방군을 학살하며 코너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관능적 몸매와 무표정한 얼굴, 잔인한 성격의 부조화는 이제껏 나온 여성 악당의 면모 가운데 가장 무시무시한 축에 속한다.

T―X와 T―800이 크레인 트럭과 소방차로 시가지 건물을 무너뜨리며 싸우는 대목은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고속도로 추격장면에 비할 만한 압권이다. 두 기계가 쇳소리를 내며 벌이는 장중한 육탄전은 '화장실 혈전'에서도 계속된다. 포크레인으로 건물 철거하듯 변기와 화장실 바닥을 내리치는 장면은 파괴 본능을 자극한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영화는 두 기계의 타이틀 매치에 치중하느라 2편이 보여준 열정과 광기, 그리고 분노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니 '터미네이터' 1, 2편의 심오함을 요구할 수도, '터미네이터 2'에서 폐기된 미래의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T―X를 보낼 수 있느냐고 물을 수도 없다. 용광로에 던져버린 미래 감시체제가 어떻게 다시 부활했는지, '심판의 날'이 어떻게 지연됐는지도 말이다.

이 작품은 조나단 모스토우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인터뷰에서 밝혔듯 '속편을 만들라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서 나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2편에서 펼친 논리와 상상력의 연장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 T3, T2와 뭐가 달라졌나

최신형 로봇 터미네트릭스(왼쪽)과 단종 모델 터미네이터의 대결.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

1. T_800과 T_X는 어떻게 등장하나

2편이나 3편 모두 터미네이터들은 벌거벗고 미래에서 과거로 도착한다. 2편에서 주차장의 대형 트레일러 뒤에 나타난 T_800은 이번엔 사막에 홀연히 나타난 뒤, 옷을 구하기 위해 남자들이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으로 향한다.

여성 주당들의 열광적 환호를 받으며 들어선 뒤 알록달록한 색안경을 빼앗아 쓰는 유머감각이 제법이다. 터미네트릭스는 비버리 힐스의 고급의상실 유리를 깨고 나타난다. 육감적 몸매로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몸에 달라붙는 붉은 색 가죽 원피스를 구한다. 2편의 T_1000이 무뚝뚝한 경관 옷차림인 것과는 딴판이다.

2. T_800과 T_X는 진보했나

T-800은 건달로 자란 존 코너가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화를 내자 "절망보다는 분노가 쓸모 있다"는 경구를 선사한다. 총알을 입으로 받아 뱉어내는 등 쇼맨십도 볼만하다. 동공, 체온, 맥박으로 사람의 심리를 살피는 수읽기 능력과 간결하면서도 지적인 능력이 돋보인다. 2편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의 눈물을 이해하더니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터미네트릭스는 2편의 T_1000에 비해 신장된 능력은 무선으로 다른 기계를 원격 조종하는 능력. 손끝만 들면 자동차와 폭력기가 원격 조종된다. 혀로 피를 맛본 뒤 DNA를 분석하는 모습은 섹시하면서도 무섭다. T_800과 터미네트릭스 모두 2편처럼 음성변조 능력은 보여주지 않는다. 자기 팔을 자르거나, 상대방의 몸에 흉기를 꽂는 등 2편에서 보여준 잔인한 모습도 대거 줄였다.

3. 사라 코너는 어떻게 됐나

전편에서 억세고 강인한 여성상을 선보였던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억척어멈'이 죽은 것으로 설정되고, 그의 아들인 깜찍하고 귀여운 열 살 짜리 해커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가 나이를 먹으면서 영화의 축인 모자관계는 연인관계로 변경됐다. 성인 존 코너(닉 스탈)의 중학교 동창이자 첫 키스를 함께 나눈 케이트(클레어 데인즈)는 훗날 아내가 된다. 사라 코너가 보여준 결단력, 분노, 과감함에 비하면 케이트는 세련되고 점잖은 편이다.

4. 스카이넷 vs 컴퓨터 바이러스

997년으로 예정됐던 '심판의 날'이 지난 후 10년, 2편에서 가상의 위협이자 연구 진행 중이었던 컴퓨터 통제 시스템 스카이넷은 3편에서 전세계 컴퓨터를 순식간에 감염시키는 메가톤급 슈퍼 바이러스로 바뀐다. 이 슈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바로 케이트의 아버지.

5. 업그레이드된 추격 장면

_X가 T_800을 추격하는 장면을 위해 1km가 넘는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T_X가 100톤 짜리 크레인에 T_800을 매단 채 도로를 누비며 주변 건물을 박살내는 장면이다. 제작비는 무려 1억9,000만 달러. 2편이 1억 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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