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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누가 바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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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누가 바보일까요

입력
2003.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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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주·그림 이선주 아이세움 발생·7,000원·초등 저학년용남한테 무얼 나눠주는 건 바보짓일까. 나팔꽃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꿀을 따러 온 꿀벌을 쌀쌀맞게 내쫓았다. 공짜로 꿀을 얻으려고 하다니, "당신 같은 도둑에게 줄 꿀은 없다구요."라고 쏘아붙이면서. 호박꽃은 달랐다. 꿀벌이 꿀을 듬뿍 따 갈 수 있도록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열어준다. 나팔꽃은 빈정댄다. "체, 바보 같은 호박꽃이 저 혼자 맘 좋은 체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됐냐 하면…. 여러 날이 지나 호박꽃도 시들고 나팔꽃도 시들고. 그런데 호박꽃 품 속에는 귀여운 아기호박이 안겨 웃지만 나팔꽃에는 아무 것도 없다.

'누가 바보일까요?' 는 이렇게 간단한 줄거리 속에 더불어 사는 삶과 나눔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자연스럽고도 야무진 글과, 대담하면서도 화려한 색채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울려 멋진 그림책이 됐다.

진보랏빛 화려한 나팔꽃과 노랗게 벙글어진 수수한 호박꽃, 붕붕 날아다니면서 꿀을 따는 꿀벌, 푸른 잎새와 꽃 그늘 아래 뛰어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이 편안하게 눈으로 들어온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 옹골진 글도 좋지만, 보드라운 꽃잎의 느낌이 손에 잡힐 듯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코 끝에 스칠 듯 생생한 그림이 더욱 좋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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