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싫어하는 사람 하나를 대라면 나는 주저없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빌 게이츠씨를 든다. 일면식도 없고 나를 때리거나 학대한 적도 없지만 나는 그가 밉다. 그가 만든 윈도라는 컴퓨터 운영체제(OS) 때문이다. 그건 정말 심하다. 설정만 약간 바꿔도 부팅을 새로 하란다. 부팅하면 보통 몇 분은 꼼짝없이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고 앉아 있어야 한다. 그냥 바꿔주면 어디 덧나나? 내 평생 프로그램을 깔고 부팅하느라 보낸 시간만 계산해도 줄잡아 몇 달은 될 것이다. 전세계 윈도 사용자들의 시간을 다 합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될 것이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는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을 퍼트리는 시간도둑 '회색 도당'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회색 도당은 동화책에만 있는 게 아니다.게다가 그의 회사는 경쟁자란 경쟁자는 거의 없애 버려 더 좋은 제품이 등장할 기회조차 막아버렸다. 부디 빌 게이츠씨는 아주 오래 전에 발명된 텔레비전이라는 기계를 본받으시기 바란다. 그것은 버튼 몇 개로 모든 게 단숨에 해결된다. 뭘 자꾸 새로 깔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한 10년 동안은 별 말썽 없이 멀쩡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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