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6일 전문경영인 모임인 한국CEO포럼(공동대표 윤병철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 소속 회원 38명을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노 대통령이 경제계 인사들과 만난 것은 지난달 재계 총수와의 '삼계탕 회동'이후 두번째다.오찬마저 도시락으로 대신한 채 2시간5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국CEO포럼 회원들은 노사문제 처리, 국가비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며 조언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먼저 "국가목표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과 충분한 공감대를 가지고 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대선후보 시절 주류, 신주류 논쟁이 있었는데, 나는 신주류 쪽이었다"며 "불합리한 기득권에 기초하지 않고 실력으로 일가를 이룬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신주류라고 생각한다"고 '신주류론'을 피력했다. 이에 윤병철 회장은 "정부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선진국으로 가는 걸림돌을 제거할 때 2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전문 경영인들도 2만 달러 시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벌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주제별로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참석자들은 특히 한 목소리로 노사문제에 대해 정부가 확고한 입장을 갖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는 대표발언을 통해 "부채경제에서 벗어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 사장은 "노사관계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라며 "경제계도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노조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도 노사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는 공정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은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앞으로 2∼3년 내 기업경영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혁근 한국신용평가 사장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회계 투명성 등이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게 개선됐으나 실제 시장에서의 실천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로 외국인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비전으로 떠오른 국민소득 2만 달러 돌파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사장은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비유로 들어 "거북이는 골인이 목표였는데, 토끼는 거북이를 이기는 것이 목표였다.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천천히 나가야 한다"면서 보다 큰 그림의 국가비전 제시를 주문했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2만 달러 시대 달성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의 각오와 희생이 필요하다"며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거기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하면 국정의 큰 틀이 잡힐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임기 내에 한국의 부패지수와 대외개방도, 정부효율성 등과 관련된 모든 지수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합의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경제계와도 자주 모임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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