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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욕망·상처 술의 3단계 "변주" / "예술가의 愛술 이야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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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욕망·상처 술의 3단계 "변주" / "예술가의 愛술 이야기"展

입력
200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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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이 이 한 세상 건널 수 있을까? 전시마다 이색 기획으로 화제를 모으며 미술판에 웃음과 생기를 줘온 사비나미술관이 이번에는 한판 술자리를 마련했다. '예술가의 애(愛)술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음주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다.안창홍 이종빈 홍경택 황주리 등 17명의 작가가 회화 11점, 입체 4점, 설치 2점을 냈다. 술에 얽힌 스토리는 세 가지. 먼저 '한 잔의 유혹'에 나온 작품들은 술을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생활의 활력소로 본다. 한 잔 걸치고 동료와 친구와 애인과 어깨 나란히 하며 노래 한 자락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술 덕분이다. 김성복은 거품 날리는 맥주병 위로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거슬러 올라가는 인물을 새긴 조각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를 통해 음주와 유쾌한 일상을 연결한다.

'욕망의 해방구'에 나온 작품들에서 술은 한층 도발적 자극제로 변한다. 그것은 무아지경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이면에서는 불경스러운 욕망 혹은 폭력과 음모의 매개로 이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방정아의 회화 '취무'는 균열된 얼음판 위를 춤추듯 걸어가는 취객을 그려 보이고, 신제남의 회화 '일탈을 꿈꾸며'는 천박해 보이는 여성의 몸매와 술잔을 클로즈업한 그림으로 술에서 비롯한 잠재적 욕망의 충동을 형상화한다.

'중독의 상처' 출품작들은 지나친 음주벽, 알코올 중독이 낳는 병리적 현상의 천태만상을 보여준다. 술을 매개로 일그러진 현대사회의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윤경은 삼겹살 집에서 소주잔을 놓고 고기를 굽고 있지만 얼굴과 수족이 사라져버린 사람의 모습을 그린 목탄화 '연기'를 통해 막상 인간은 소외된 중독적 술자리 문화를 비판한다.

사비나미술관은 9월17일까지 열리는 전시 기간 중 관람객들에게 미술관 입구에서 딱 한입에 털어넣을 수 있는 술을 제공, "가벼운 음주상태에서 느긋하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2)736―4371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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