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함께 2002년 대선자금을 국민에게 고해성사하고 새 출발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의는 민주당이 먼저 실천에 옮길 때 설득력이 생긴다. 대선자금 논란의 진원지가 민주당이기에 그렇다. 만약 이런 원칙을 저버리면 노 대통령의 제의는 난국돌파를 위한 정치공세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정치권의 원죄인 대선자금을 털고 가자면 누군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이는 바로 노 대통령과 민주당의 몫이다.우리는 정대철 대표의 '대선자금 200억 모금' 발언이 나왔을 때 민주당이 대선자금의 전모를 지체없이 밝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대표와 사무총장이 말하는 모금액수가 왔다갔다하고, 이 정부출범의 상징 중 하나인 돼지저금통 모금액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문희상 비서실장을 통해 "정치자금 논쟁이 정파간 소모적 정쟁으로 끝나지 않고 정치개혁의 소중한 계기로 승화 발전돼야 한다"면서도 정작 자신과 민주당의 대선자금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썩은 살부터 도려내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의 제의를 대선자금 의혹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귀신 작전이라고 비난만 할 계제가 아니다. 국민은 대선자금의 실체가 밝혀지고 이를 계기로 보다 깨끗한 정치가 정착되기를 바라고 있다. 누가 잘못된 정치자금의 관행에 책임이 더 크고, 검은 돈을 많이 만졌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다. 정치자금에 관한한 어느 정치인도 상대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다. 노 대통령의 제의가 대선자금 공개로 이어진다면 결국 한나라당도 당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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