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민주당 김홍일 의원(사진)이 정학모 전 LG스포츠 사장,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 등과 호텔에서 자주 만나 '고스톱'을 친 사실이 드러나 관심을 끌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김 의원과 함께 고스톱을 즐긴 '단골 멤버'들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을 수사기록에 첨부했다. 검찰이 김 의원의 '고스톱' 행태를 조사한 것은 뇌물수수의 진술만 있는 상태에서 김 의원이 시내 호텔에서 고스톱을 자주 치며 돈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15일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김 의원은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 3월부터 2001년 7월까지 주 2∼3차례 서울 중구 태평로의 베스트웨스턴 뉴서울호텔에서 판돈 50만∼60만원대의 고스톱을 즐겼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검찰 조사에서 "김 의원은 강북에서 점심 식사를 한 경우 호텔에 들러 2, 3시간씩 쉬면서 고스톱을 쳤다"고 진술했다.
고스톱 멤버는 정 전 사장과 안 전 사장, 호텔 사장, N건설 김모 회장, L건설 윤모 사장, 여의도에서 금고를 운영하는 백모 회장, 공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인사 등 이었다. 안 전 사장 등은 고스톱 멤버가 차지 않을 경우 전화를 하면 바로 달려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 호텔 특실인 701호, 801호를 주로 이용했는데, 처음에는 객실료를 냈지만 나중에는 무료로 썼다.
고스톱은 3점에 1만원을 기준으로 홀수 점수마다 1만원씩 올라가는 이른바 '3,5,7,9…' 방식. 상한선은 10만원이었고, 최종 승자는 '개평' 없이 돈을 모두 가져가거나 딴 돈으로 저녁을 사기도 했다. 대부분 멤버들은 김 의원이 미국과 중국으로 신병 치료 여행을 갈 때도 동행하면서 '달러 고스톱'을 쳤으며, 미국에서는 조풍언씨가 고스톱 판에 합류하기도 했다고 한 측근은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고스톱에서는 김 의원이 거의 모든 돈을 땄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한 멤버는 "(다른 사람들이) 일부러 져주는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그 이유를 그는 "김 의원이 잃으면 달리 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대통령이고, (본인이) 국회의원인데 감히 돈을 딸 수 있겠느냐. 대부분은 10만∼20만원씩 잃는다. 김 의원은 마음을 먹으면 손해를 가할 수 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는 것이 그의 진술. 김 의원이 고스톱을 치는 이유에 대해 측근들은 "밤에 잠을 잘 못자는데다, 거동이 불편해 다른 소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 전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등과 함께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김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김 의원이 8,000만원은 99년 10월 뉴서울 호텔 현관에서, 나머지 3차례 7,000만원은 호텔 객실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고스톱 판이 뇌물 전달 장소였던 셈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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