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5일 사용후 핵 연료봉의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의 강경 대응을 불러 한반도는 다시 겉잡을 수 없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3명으로부터 북한의 핵 재처리 완료 주장에 대한 반응과 향후 미국의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래리 닉스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
북한은 다른 나라의 참여 없이 미국과 직접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핵 재처리 완료 주장을 펴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설정한 의제에 따라 북미간 대화가 이뤄지길 원하지만 부시 정부가 북한의 그런 주장을 수용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부시 정부는 원천적으로 북한 정권을 신뢰하지 않으며 북한과 거래 형식의 협상을 하는 것은 북한의 협박에 또 다시 굴복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 현 국면에서 크립톤 검출 소식이 북한의 핵 재처리 완료 주장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진다. 부시 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현재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레드 라인)을 설정하고 있는지, 또 언제 설정할지를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부시 정부가 레드 라인을 설정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크립톤 검출은 북한이 재처리에 들어갔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때문에 부시 정부 내에서 북한의 행동에 대한 대응책을 두고 활발한 토론이 진행될 것이다. 여기에는 레드 라인 설정이나 군사적 대응책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 (현 인터내셔널센터 한반도 프로그램 이사)
핵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재처리를 진행 중이고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재처리 완료 여부가 아니라 기다리는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더 오래 기다릴수록 북한은 더 많은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이 핵 폭탄을 더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단 1개라도 핵 실험에 성공하면 미국은 북한 핵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될수록 북한은 더욱 핵 개발에 매달릴 것이다.
워싱턴 당국은 중국 정부에 북한을 압박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 전략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해상봉쇄나 경제제재 등 미국의 압박책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압박책이 강해질수록 더욱 더 북한의 군부는 김정일에게 핵 무장을 해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뒤로 돌리게 만든다. 협상의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 결국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보상을 주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역사상 어느 정권도 경제적 보상이나 전쟁 없이 무기를 포기한 전례가 없다.
마커스 놀랜드 미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원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벼랑 끝 협상 전술을 구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여러 성명 등을 통해 위협적 언어를 사용해왔고, 핵 재처리 문제도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한국과 미국이 영변 핵 시설 부근에서 크립톤 85를 검출했느냐가 될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점점 더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 처리를 완료한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심각한 상황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가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경제 제재가 가해지고 해상 저지(interdiction)와 봉쇄 등이 행동으로 옮겨질 것이다.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를 유엔에서 다루는 것을 꺼려왔지만 북한이 사용 후 핵 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런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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