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강세 행진을 지속하면서 정부가 환율 방어에 팔을 걷어붙였다.원·달러 환율이 최근 엿새 연속 하락하며 1,170원선마저 위협하자 정부가 잇따라 구두개입에 나서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한도를 확대, 환율 안정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5일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와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 증가 이외에 투기적인 요인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율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1조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의 입찰을 실시한 데 이어 8,000억원밖에 남지 않은 외평채 발행 한도를 보충하기 위해 국회에서 4조원의 추가 발행을 승인 받았다.
외평채 발행을 늘려 달러를 거둬들여야만 환율이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전날 "외환시장에 투기세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며 "환율이 급변동할 때에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은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경쟁력이 악화, 하반기 경제회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6월9일 1,200원선 붕괴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한달여만인 15일 1,176.00원으로 주저앉으며 2월5일(1,174.20원) 이후 5개월여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매수자금 및 국내외 금리차를 노린 달러 유입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외국의 거대 자본들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과 상관 없이 국내 증시로 몰려들어 주가 상승으로 차익을 남긴 뒤 환율 하락을 통해 다시 환차익을 얻어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내에 1,150원선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국내 수출기업들은 연말 환율을 1,170원선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환율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경우 심각한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지속적으로 달러 매입을 통해 환율의 급락을 막아왔지만 시장에선 워낙 하락 압력이 강해 당장 달러당 1,170원선 막기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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