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량한 서민과 투자자를 울리는 사기·횡령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1조원 가까운 분양 대금을 삼킨 '굿모닝게이트'에 이어 주부 노인 등을 상대로 수천억원을 챙긴 다단계 금융사기에 상장 기업주의 100억원대 회사 공금 횡령, 주부를 대상으로 한 500억원대 대출 사기 등 서민들의 한탕주의 심리를 겨냥한 부도덕한 기업주들의 사기 행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투자자 울리는 악덕 기업주
서울지검 금융조사부가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한 여성용 핸드백업체 B사 회장 최모(43)씨. 그는 지난해 10월 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B사를 인수한 뒤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은행에서 회사 명의로 20억원을 대출받아 자신의 개인 채무를 갚는데 쓰는 등 110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 1990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B사는 최씨의 횡령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이틀째 하한가를 기록, 일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최씨는 또 J사 유상증자에 참여, J사의 주가조작을 도운 혐의까지 받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는 확산될 전망이다.
한탕주의 노리는 금융 사기극
서울 강남경찰서가 사기 혐의로 구속한 배모(55·여)씨는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내걸고 초저금리와 주식시장 불황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의 한탕주의를 노렸다. 2001년 서울 강남 일대에 S기획이라는 유령 투자업체를 차린 배씨는 중국의 식품 체인점 등에 투자해 큰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월 9%, 연 108%의 이자를 보장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2∼3차례 정도 이자를 지급,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수법으로 87억원을 챙겼다. S기획은 특히 4,000억원대의 금융 피라미드 사기 행각을 벌인 A그룹 자회사 28곳 중 하나로 밝혀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부 명의로 대출 사기
1,000만원대의 수수료를 미끼로 주부들을 끌어들여 이들 명의로 500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유명 대부업체 G사 관계자들도 이날 검찰에 수배됐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따르면 G사는 또 다른 G사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주부 320명에게 "명의를 빌려주면 1,000만∼1,500만원을 주겠다"고 접근, 이들을 룸살롱 마담으로 위장해 1인당 1억∼2억원씩을 경북 K상호저축은행에서 대출 받도록 한 뒤 대출금을 가로챘다. 명의를 빌려준 주부들은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수사 관계자는 "불경기를 이용해 그럴듯한 속임수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사건과 횡령 주가조작 가장납입 등 기업주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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